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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프로의 生生 토크] 준비된 신예 '꺄르르 지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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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프로의 生生 토크] 준비된 신예 '꺄르르 지연이'

입력
2008.06.2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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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회 연구실의 막내 여동생, 박지연. 1991년 5월에 태어나 2006년 11월에 입단했다.

매일 연구실에 나와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바둑에 대한 꿈과 패기가 넘치는 새내기. '꺄르르 꺄르르' 웃음소리가 특이해서 별명도 '꺄르르 지연' 이다. ㅎㅎ.

어린 지연이가 혼자서 자취하는 까닭은?

입단한 지 얼마 안 돼 촉망 받는 기대주답게 신인왕전 본선에 올랐다. 부모님과 함께 김포에 살던 지연이는 TV대국이 있던 날 일찌감치 집을 나섰지만 공교롭게도 전날 발생한 총기 사건 때문에 검문을 받느라 버스가 도통 움직이지 않아 안타깝게도 본선 첫 대국을 기권패했다. 그 때의 충격으로 왕십리에서 혼자 자취를 하게 됐다.

가끔 엄마가 오셔서 봐주시지만 어린 나이에 자취 생활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나도 몇 번 지연이네 갔었는데 깨끗하고 아담한 공간에 바둑판과 기보가 전부다. 공부하는 데 방해 될까 염려해 컴퓨터는 아예 들여 놓지 않았다.

요즘은 살림꾼이 다 됐다. 며칠 전 강원도로 6박 7일간 소소회(젊은 프로 기사들의 모임) 연수를 다녀왔는데 오는 길에 버스에서 하는 말이 "집에 가서 밀린 빨래 할 생각하니 암담하다"였다. .

내가 어렸을 때부터 겪었던 힘든 일 중 하나가 큰 시합이 다가오면 신경성으로 위가 너무 아픈 거였는데 지연이가 나와 비슷해서 안타깝다. 병원에 가보면 멀쩡하다고 하니 그저 마음을 편안하게 먹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직업상 그게 너무 어렵다.

이번 소소회 연수 때도 하루를 꼬박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배가 아프다고 하더니 결국은 급하게 병원 신세까지 졌다. 평소에는 그렇게 순하고, 까칠한 면이 없는 지연이도 이런 걸 보니 프로 기사란 직업이 참 힘들긴 힘든가 보다.

특별한 성적을 내지 않았는데도 주목 받는 기사들이 있다. 소소회나 다른 연구회 리그에서 먼저 동료들에게 인정 받는 것인데 지연이도 그런 점에서 '준비된 신예'다. 슬슬 공식 기전에서도 성적을 내기 시작해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강자가 됐다.

작년 지지옥션배서 3연승을 거둬 바둑팬들에게 얼굴을 알린 후 올해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16강에 진출했고 여류명인, 기성, 국수전 등 3대 여자 기전 본선에 모두 다 이름을 올렸다. 랭킹도 많이 올라 10월에 열리는 국제마인드스포츠경기에 국가 대표로 출전한다.

얼마 전부터는 저녁에 중국어도 배우고 헬스 클럽도 다닌다. 어린 지연이가 계속 꿋꿋하게 노력해서 남자 기사들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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