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국제사회에 비춰지는 공화국의 영상이 중요하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지난해 5차례 6자회담 과정에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에게 강조한 말이라고 한다. 힐 차관보가 “당장 테러지원국 지정해제나 적성국교역법 적용 면제가 이뤄진다 해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하는 데도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조치를 요구하면서 ‘공화국의 이미지’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물론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면제 조치로 북측은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에 제한이 없어지고 국제기구의 대북원조, 차관 지원도 가능해진다. 미국과의 상품수출 등 교역 금지도 풀린다.
하지만 미국이 북측에 씌우고 있는 제재 모자는 두 가지 조치만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테러지원국에 적용돼 온 대외원조 금지, 투자지원 금지, 수출 등 교역제한 등은 인권탄압국가, 미사일 수출국, 공산주의 국가에 가해지는 제재 조치에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호품 공급을 차단하기 위해 사치품에 대한 통제까지 하고 있다. 북측의 제재 모자에 얹혀 있는 각종 법률과 규정은 20여가지나 돼 두 가지 조치의 해제만으로 북측이 당장 혜택을 볼만한 게 거의 없다는 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힐 차관보가 “당장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북측은 테러지원국이라는 낙인을 벗어 던짐으로써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테러지원국 낙인으로 인해 금융거래는 물론, 입ㆍ출국 시까지 유ㆍ무형의 제재를 받아 왔던 외교관 등 북한의 해외주재원은 훨씬 완화된 형태의 대우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북측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에 목을 맨 데는 당장의 실익보다는 체면 문제를 더 생각한 것 같다”며 “북측이 테러지원국 낙인으로 인해 해외에서 활동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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