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백성이 자기를 손가락질 한다고 백성의 손가락을 잘라버리는 왕이 있다면 백성들은 팔다리가 모두 잘라져 절구통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왕에 대한 항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통합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26일 소설가 이외수씨의 글 <손가락질> 을 언급하며 “오늘은 정부가 국민주권을 포기한 제2의 국치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손가락질>
이날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장관 고시 강행에 대해 야권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일제히 격분했다. 의원직 사퇴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말로 할 수 있는 고시 규탄 공세가 모두 쏟아졌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법적 대응작업도 동시에 진행했다.
민주당은 오전에는 고시 강행 규탄 비상시국회의, 오후에는 의원총회 등을 통해 고시 철회를 촉구했다. 원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에 놀라 두 번이나 사과를 해놓고 촛불의 숫자가 줄어들자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세력이라며 촛불을 부정했다”며 “숭례문 화재 당시에도 소방방재청은 불길이 꺼져 간다고 했지만 결국 전소됐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대표도 대구시당 경북도당 대회에 참석, “국민들이 정부의 성의를 기대하고 시위를 조금 자제하니까 다시 본색을 드러내 국민을 업신여기고 오만과 독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다시 독재정권이 재현된 듯한 분위기”라고 공박했다.
고시 강행 이후 내부 반발 분위기에 따라 민주당의 국회 등원론은 일단 자취를 감췄다. 대신 “서울시청 앞 농성에 전면적으로 합류하자”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에 한나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의원직을 사퇴하자” 등의 강경 의견이 쏟아졌다.
일부 의원들은 이날 저녁 시청 앞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민보호팀’을 만들어 거리행진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 전체가 통일된 모습으로 구체적인 행동을 이어나가지는 못했다. 당 관계자는 “장외집회에 가도 곁불만 쬐는 신세니 나가지 말자는 의견도 있고, 의원직 사퇴는 초선들이 아직 원내에 들어가보지 못해 그런지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야권은 이와 함께 쇠고기 고시에 대한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이번 고시는 추가 사항이 있을 때 입법예고를 하도록 한 행정절차법을 어긴 것이기 때문에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장관 고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자유선진당도 서울행정법원에 고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고, 고시 무효 확인 본안소송도 준비 중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부와 한나라당은 망국의 주역이자 친미 매국자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대통령 불신임 운동을 선포했다. 강기갑 원내대표 등은 경기 용인의 한 냉동창고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출하 저지투쟁을 벌였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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