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로 예상됐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무산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4월) 답방으로, 내달 초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 8) 정상회의 참석 후 방한하려던 계획을 연기한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에 큰 부담을 느낀 탓일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국가 간에 예정된 일정이 지켜지지 못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부시 대통령이 8월 초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 후 귀로에 방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조차 불투명하다고 한다. 캠프 데이비드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토대로 한미관계를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이 대통령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그러나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이 가까운 시일 내 꺼질 것 같지 않은 데다 부시 대통령이 환영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방한 연기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분위기에서 방한을 강행하면 또 다른 후유증을 부를 수도 있다. 미국정부는 미국정부대로 촛불 시위에 밀려 합의 내용을 지키지 못한 한국 정부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서로 일정기간 냉각기를 갖고 분위기를 추스른 뒤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차분하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1월에 실시되는 미 대선 일정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명박 정부의 한미관계 복원 조급증이 거꾸로 한미관계에 큰 부담을 초래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눈높이와 정서를 감안하지 않고 한미관계 복원을 서두른 것이 쇠고기 졸속협상으로 이어졌고, 이 대통령 자신은 물론 한미관계에 위기를 불러왔다.
이런 분위기에선 민감한 현안인 방위비 분담 재조정이나 주한미군 기지이전 비용 등의 논의도 부담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구호와는 달리 한미관계를 국익과 실용이 아니라 이념으로 접근한 데서 빚어진 일이다.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은 국가 간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정부는 한미관계가 더 이상 꼬이지 않게 균형감을 갖고 지혜롭게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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