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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히딩크 감독 마법의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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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히딩크 감독 마법의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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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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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62) 러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의 '마법'이 다시 한번 세계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유럽 축구에서 '변방'으로 취급되는 러시아의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2008 유럽축구선수권(이하 유로 2008) 4강에 올라 27일 새벽 3시45분 스페인과 결승 진출을 다투는 이변을 연출했다.

한국, 호주대표팀에 이어 세 번째로 세계 축구계를 강타하고 있는 히딩크 마법'은 단순히 행운으로 치부할 수 없는 뭔가가 분명히 있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 '평범한 선수가 모인 별 볼일 없는 팀'이 '강호 킬러'로 변모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 용장 밑에 약졸 없다

히딩크 감독은 타고난 승부사다. 때로는 가혹할 정도로 선수를 몰아 붙인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자신감이 넘치고 패배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패배 의식에 젖어 있던 선수들도 히딩크 감독의 전투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지도 속에 '강병'으로 탈바꿈한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하기 전 한국 축구는 '기술적으로 세계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비관론이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체력이 유럽 선수들에 미치지 못할 뿐"이라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한국 사령탑에 부임하며 그는 '가시밭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축구와의 차이를 줄이려면 강팀과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며 결코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패배 속에서도 그는 늘 당당했다. "선수들이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며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결국 한국축구는 그가 예언한대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항상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 2002한일 월드컵 때 한국 축구 48년의 소망이었던 16강 진출을 이룬 후에도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는 말로 승부욕을 불태웠고, 느슨해진 선수들의 자세를 혹독하게 질책하면서 4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유로 2008에서도 승산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던 네덜란드전을 앞두고 "그들이 우리를 두려워 할지는 모르지만 네덜란드가 우리보다 유리한 것은 휴식일이 많다는 것 뿐이다. 나는 상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고 선수들에게 승부욕을 불어 넣어 결국 거함을 침몰시켰다.

■ 유연한 사고가 혁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히딩크 감독은 '독재자'라고 불릴 정도로 고집이 대단하다. 성격은 직선적이고 불같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생각이 유연하다. 한국 대표팀 시절 그는 수직적 상하 관계가 대표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슈팅을 때리지 않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도 '선배'를 두려워 하는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대표팀내 상하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식사 때 자리 배치를 직접 지시했고, 선후배간 격의 없는 대화를 유도했다. 그라운드에서 호칭도 통일했다.

그러나 한국 특유의 '군기 잡기'가 팀에 도움이 된다고 여길 때면 이를 모른 척하고 넘기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은 '호랑이 코치'로 불리던 정해성 코치가 선수들의 정신 자세를 다잡기 위해 '집합'을 걸 때면 슬며시 자리를 피하곤 했다.

경기를 앞두고 누구보다 진지한 태도를 보였지만 폴란드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 라커룸에 들어서 장난을 치며 선수들의 분위기를 풀어줬다. 경직된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풀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게 하려는 '깜짝쇼'였다.

2002년 1월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북한산 산행에 나섰다. '등산'은 유럽인에게는 낯선 일이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무릎 수술을 받은 직후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산에 오른 후 "월드컵을 위해서라면 에베레스트라도 오를 수 있다"는 재치 있는 말을 남겼다.

사생활 노출을 극히 꺼리던 그는 산행 후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대중탕으로 뛰어드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다. 몸으로 부대끼며 정을 쌓는 '한국적 정서'를 어렴풋이 이해한 데서 나온 행동으로 받아들여졌다.

■ 용인(用人)의 마술사

2002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 밑에서 코치로 활동했던 전한진 동북고 감독은 2006독일월드컵을 참관한 자리에서 "히딩크 마법은 없다. 단지 가장 열심히 뛰는 선수를 그라운드에 내세울 뿐"이라고 '히딩크 마법'의 비결을 풀이했다.

히딩크 감독은 사람을 부리는데 귀신 같은 재주를 가졌다. 제 아무리 뛰어난 스타플레이어라도 팀워크를 해치거나 개인적인 플레이를 하면 용서하지 않는다.

그는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 때 불화를 일으키던 '싸움소' 에드가 다비즈를 길들여 팀 전술의 중추로 만들었다. 98년 프랑스월드컵 때는 자신에 반기를 든 플레이메이커 클라렌스 셰도르프를 줄?벤치에 앉히는 '굳은 심지'를 과시했다.

한일월드컵을 앞두고는 공수의 간판스타 안정환과 홍명보가 '길들이기'의 대상이 됐는데 2002년 3월까지 홍명보의 발탁을 미루는 등 그를 애타게 했다.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활약하던 안정환에 대해서는 언론을 상대로 늘 박한 평가를 내렸다.

안정환의 독기를 자극하려는 의도였고, 결국 안정환은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골든골을 작렬하며 월드컵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러시아 대표팀에 부임한 후에는 중심 수비수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CSKA 모스크바)가 훈련 시간에 늦자 '귀가 조치'를 내려 선수단에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저평가되던 김남일의 '독기'를 높이 평가해 잦은 실수에도 불구, 꾸준히 기용해 한국의 간판 미드필더로 성장시킨 것과 수비형 미드필더와 윙백으로 기용되던 박지성을 측면 공격수로 전진 배치해 현재의 '월드스타'로 만들어내는 등 선수를 보는 높은 안목도 그를 명장의 반열에 오르게 한 요소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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