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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헌책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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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헌책 사냥

입력
2008.06.26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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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장바구니에 헌책을 잔뜩 담았다가 아내한테 혼이 났다. 이전에는 기분 나빠도 참아주던 아내가 오늘은 작정했는지 야단이다. 그 냄새나고 지저분한 책들을 왜 사려고 하는 것이냐, 아이 피부병 걸릴까봐 겁난다, 제발 구차하게 굴지 말고 새책을 사라는 것이었다.

지당한 말씀이다. 몇 달 전에 산 헌책을 읽는데, 책냄새가 눈을 쑤신다. 아이가 아니라 나 먼저 피부병이 걸릴까봐 걱정도 된다. 게다가 너무 오래 된 책은 활자가 극히 작아서 큰 활자에 익숙해진 내 눈이 읽지를 못하므로, 결국 쓰레기를 산 꼴이 되고 말았다. 불구하고 헌책을 사고파하는 것은 밑줄 긋는 습관과 소유욕 때문이다. 또 돈 때문이다. 새책 한 권 값으로 헌책 서너 권을 살 수 있다!

이유는 또 있다. 헌책 중에는 ‘양서’지만 당대 대중독자의 입맛에 도무지 안 맞을 것이기에 다시는 새책으로 나오지 않을 운명인 것들도 많다. 그런 책은 웬만한 도서관에도 없다. 새로 나온다 해도 활자가 커지고 디자인이 세련돼진 만큼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제외하면 별 차이도 없을 거다. 냄새가 지독하거나 피부병 걱정이 될 만큼 곰삭은 정도가 아니라면, 헌책을 사도 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아내가 기분 좋은 날, 다시금 헌책 사냥을 떠나야겠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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