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업의 오랜 맞수였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전격 손을 잡았다. ‘타도 한국’을 외치며 국내 기업을 압박하는 해외 경쟁업체들과 맞서기 위한 적과의 동침이다.
지식경제부는 25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9월부터 테라비트급 차세대 반도체(STT-R램)를 공동 개발하고 장비 및 재료 국산화, 국제 표준화 등 3대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양 사의 공동 개발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국제 표준화를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
양 사가 공동 개발하는 STT-R램은 2012년부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는 차세대 반도체로, 전원이 꺼져도 저장내용이 지워지지 않으며(비휘발성) 자료 입출력 속도가 빠르다. 양 사가 2012년까지 STT-램 개발에 성공하면 연간 5,000억원의 로열티를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개발 방식은 1995년에 삼성전자, LG반도체, 현대전자 등 3사가 64메가 D램을 공동 개발한 것처럼 소재 개발과 성능 평가를 업계가 맡고, 공동 연구를 위한 장비 투자 등은 정부가 지원한다.
그 동안 국내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며 시장을 선도해 왔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1위 삼성전자 30.5%, 2위 하이닉스 13.4% 등 양 사의 시장 점유율은 43.9%에 이른다. 당연히 경쟁업체들의 표적이 됐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며 한국 기업들을 겨냥한 공동 대응을 모색해 왔다. 도시바와 후지쯔는 규모에서 국내 기업들을 앞지르기 위해 자본투자 방식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또 독일 키몬다, 대만의 난야 및 프로모스 등 유럽과 대만업체들도 합종연횡을 통한 기술제휴로 국내 업체들을 견제해 왔다.
때문에 이번 제휴는 이 같은 해외 반도체 업체들의 전방위 압박을 헤쳐나가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제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국제 표준을 만든다면 국내 기업들의 우월적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특히 해외 기업들이 기술 제휴를 통해 국내 기업을 압박해 오는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도 양 사의 제휴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 사는 일본 및 유럽 업체에 의존해 오던 반도체 장비 및 재료를 국산화, 내년까지 6,463억원 규모의 장비와 재료를 국내에서 추가 구매할 예정이어서 대ㆍ중소기업간 상생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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