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예정대로 영변 5MW원자로 냉각탑의 폭파장면을 생중계로 공개키로 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폭파 장면도 그렇지만 폐쇄적인 북한이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는지도 관심거리다.
냉각탑은 2단계 조치인 핵 신고 및 핵 시설 불능화 11개 조치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당초 북측은 냉각탑 폭파에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폭파는 불능화(Disablement)가 아니라 3단계 조치인 해체(Dismantlement)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불능화 조치내용 중 냉각탑 부분은 굴뚝 내부의 내열재를 뜯어내는 작업으로만 한정돼 있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해 10ㆍ3합의 전후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냉각탑 폭파와 함께 CNN 방송을 통해 중계하는 방안을 설득했지만 김 부상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고 한다.
힐 차관보는 북핵 협상의 성과를 세계에 가시적으로 선보이는 효과를 노리고 이 같은 이벤트를 제안했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북측의 시각에서 이른바 ‘광고’ ‘이벤트’ 효과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미측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천영우 전 우리측 수석대표가 김 부상과의 만남에서 “껍데기(벽돌)만 남아 쓸모도 없는 냉각탑을 폭파하고, 현장 중계하는 것은 북측으로서도 비핵화 의지를 세계에 행동으로 보이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설득, 김 부상이 수긍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냉각탑 폭파 비용으로 수백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북측이 냉각탑 폭파 및 폭파 생중계를 결정하자 한걸음 나아가 효과 극대화를 위해 핵 신고 및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조치 이후 24시간 내에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아울러 6자 당사국 수석대표가 폭파 현장을 참관하는 방안도 추진됐다. 핵 폐기 협상 단계인 3단계 개시의 의미로 냉각 탑 폭파시점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개발 및 시리아 핵 이전 의혹을 해명하는 문제로 당초 지난해 말까지 하기로 했던 핵 신고가 지연되고 미국 내 여론도 나빠지자 6자 회담 수석대표 참관은 무산됐고 폭파 생중계만 하기로 한 것이다.
한편 수석대표 참관 무산에 따라 불능화 작업 비용을 부담한 미국의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이 26일 평양을 방문, 핵 신고ㆍ검증 문제를 북측과 협의한 뒤 27일 영변원자로의 냉각 탑 폭파현장을 참관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냉각탑 폭파에 앞서 26일 주중 북한 대사관을 통해 의장국인 중국에 수 십 페이지 분량의 핵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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