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피로를 모두 풀어주는 능동적인 행위다. 하지만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3명은 '잠 못드는 밤'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수면연구회가 20~69세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7.6%가 불면증을 호소했다. 이 가운데 여성 불면증 환자가 30.3%로 남성(24.9%)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 불면증 환자가 18.4%였고 30대 22.0%, 40대 27.6%, 50대 36.9%, 60대 40.9%로 나이가 들수록 점점 늘어났다. 또 14.9%는 1주일에 2일 이상 불면증을 겪는 중등도 이상의 불면증을 호소했다. 수면에 문제가 생기면 고혈압, 당뇨병 등과 같은 질병에 시달릴 위험도 높아지므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 고혈압ㆍ당뇨병 위험 높여
적절한 수면 양은 개인차가 있지만 대개 성인의 경우 7시간30분이 필요하다. 청소년은 8시간, 유치원에서 초등학교까지는 9시간을 자야 한다. 미국에서는 최근 '어린이 9시간 재우기'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단순히 하루나 이틀 정도 잠자지 않았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성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면 병으로 간주한다. 수면 부족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교감신경을 자극해 고혈압과 당뇨병을 일으킨다.
또한 비만을 유발하기도 한다. 최근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린 제22차 미국수면학회연합회(APSS) 연례회의에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의대 연구팀은 1,741명을 조사한 결과, 5시간 이하 수면을 취한 사람은 그 이상 잔 사람보다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5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불면증 환자 중 병원을 찾는 사람은 30%에 불과한 실정이다. 치료를 꺼리는 이유는 불면증은 전문가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보거나, 수면제를 먹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 등 불면증이나 수면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 비(非)벤조디아제핀 약, 습관성과 내성 적어
불면증 치료는 자연 수면능력을 기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최근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뛰어난 불면증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불면증도 병원을 찾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수면제는 크게 벤조디아제핀계와 최근 개발된 비(非)벤조디아제핀계열로 나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수면제 시장은 비벤조디아제핀계열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벤조디아제핀 수면제는 뇌 활동을 감소시키는 작용으로 잠이 들게 하지만, 수면작용 외에 항경련, 항불안, 근육 이완작용이 상당부분 나타나는 등 부작용으로 처방이 줄어드는 추세다.
비벤조디아제핀계 약은 오메가1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자연 수면에 가깝게 유지하고 근육이 이완되는 부작용이 최소화됐다. 사노피-아벤티스의 스틸녹스(성분명 졸피뎀)가 대표적으로,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60% 정도다.
1993년 개발돼 국내에서는 1999년 출시됐다. 비벤조디아제핀 약은 습관성이나 내성 같은 부작용이 최소화됐다. 하지만 최대 1개월 이내로 복용하고, 전날 밤잠을 설친 경우에는 용량을 최소로 써야 한다.
최근 가장 많이 처방되는 사노피-아벤티스의 스틸녹스CR(성분명 졸피뎀 주석산)은 약물이 천천히 퍼지는 서방형 수면제로 수면 유지 기능을 강화했다. 2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스틸녹스CR의 표면층은 신속히 흡수돼 복용 15~30분부터 수면을 유도하고, 두번째 층은 수면시간 동안 몸에 서서히 방출돼 수면을 유지하도록 한다.
●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수면장애클리닉 홍승봉 교수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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