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닷컴, 닷넷, 국가명 등으로 제한돼 있는 인터넷 최상위 도메인을 자유롭게 지정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닷서울(.seoul)' '닷코리아(.korea)' '닷러브(.love)' 식으로 인터넷 주소의 마지막 도메인명을 자유자재로 정할 수 있다. 또 한국어를 포함한 전 세계 15개 언어로도 최상위 도메인을 만들 수 있다.
23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연례 회의는 이번 주 내 이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 투메이 ICANN 회장은 앞서 프랑스 일간지 레제코(Les Echos)와의 인터뷰에서 "13억 인터넷 사용자들은 닷러브(.love), 닷헤이트(.hate) 같은 평범한 단어로도 도메인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이 '인터넷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한 도메인 자유화는 도메인 확보 압력을 받아온 ICANN이 내 놓은 해결책이다. 현재 인터넷 주소는 미국의 경우 상업조직은 '닷컴(.com)', 교육기관은 '닷에듀(.edu)' 등으로 지정해 사용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jp'(일본), 'com.cn'(중국), 'co.uk'(영국), '.fr'(프랑스) 등 국가별 최상위 도메인를 부여 받아 사용해 왔다.
전 세계 대도시와 대기업은 구미에 맞는 최상위 도메인을 차지하기 위한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 로스앤젤레스는 최상위 도메인 '닷엘에이(.la)'를 차지하기 위해, 이를 국가 도메인으로 사용해 온 라오스로부터 이미 해당 도메인을 구입한 상태다. 경매사이트 이베이 역시 ICANN의 결정이 나면 '닷이베이(.ebay)'를 등록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의 신영토 개발'이라고 추켜 세운 투메이 회장의 말처럼 도메인 자유화 조치의 파급력이 얼마나 클 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다. 최상위 도메인을 등록하려면 적어도 5만 달러(약 5,000만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여 개인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많다.
최상위 도메인에 사용될 언어 역시 조정이 쉽지 않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까지 나서 키릴 문자 등록을 주장하는 러시아는 현재 사용하는 국가 도메인인 '닷알유(.ru)'를 키릴 문자로 러시아를 뜻하는 '.py'로 고치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영어 알파벳과 키릴 문자가 비슷하다는 점이 문제이다. '.py'는 이미 파라과이의 국가 도메인으로 배정돼 있다.
도메인 자유화가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비난도 있다. 현행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체계는 IPv4로, '12.456.789.10'처럼 네 토막의 숫자로 구성된 IP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IPv4 체계 하에서 조합 가능한 약 42만 개의 네트워크 주소 중 현재 남아 있는 것은 17%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 역시 향후 5년 내 고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차피 IPv4 체계가 포화 상태에 이른 터라, 여섯 토막 숫자로 IP 주소를 부여하는 IPv6 체계를 서둘러 도입하는 것이 근본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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