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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투명한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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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투명한 인사

입력
2008.06.2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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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예의지국 사람들은 ‘예의’ 지키는 일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겨왔다. 예의라는 것은 일단 인사로부터 시작된다. 만나면 확실하게 인사부터 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이 남 안 보는 데서 돈이나 금품이나 유흥 접대 같은 것으로 인사하는 방법은 발달되었지만, 남 보는 데서 확실하게 인사하는 방법이 별로 발달되지 않은 나라다. 부둥켜안는다거나 키스를 한다거나 하는 확실한 인사법이 없다. 서양에서 수입한 악수가 고작이고, 대개는 머리 숙이는 것으로 해결한다.

문제는 머리 숙이는 것을 못 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사람한테 몇 번이고 머리를 숙였지만, 그 분은 ‘저 자가 인사도 안하네, 나한테 기분 나쁜 거 있나!’ 하고 오해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딴에는 인사를 한다고 숙였는데, 상대방이 보기에 머리를 숙이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어, 인사 안한 것으로 오해, 폭력을 불러오기도 한다.

최근 한 유명한 대학에서 벌어진 얼차려 사건도 예의를 지키지-선배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니지 않아서-인 모양이다. (실제로 안한 것일 수도 있다!) 남 안 보게 하는 인사도, 받는 사람이 도무지 어느 정도의 인사를 원하는지 매우 고민이 될 것 같다. 보는 데서든 안 보는 데서든 투명하고 확실한 인사법은 없는 걸까?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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