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표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 곳 연평도 서쪽 바다에서는 가슴이 더욱 울렁거린다. 1999년(제1연평해전)과 2002년(제2연평해전) 남북이 진짜 전투를 치렀고, 2002년 6월 29일에는 6명의 대한민국 해군의 목숨마저 앗아간 곳이다. 한국전쟁 발발 58주년을 이틀 앞둔 23일에도 해군 장병들은 어김 없이 그 바다에 섰다.
이날 오후 연평도 인근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조업통제선 부근. 해군 2함대 23전대 소속 150톤급 고속정 참수리 351호와 327호가 해상 초계임무에 나섰다. 해무가 깔려 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참수리 351호 선상의 237편대장 이창석 소령(37ㆍ해사48기)은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는 신념을 갖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꽃게가 지난해에 비해 5~7배나 많이 잡히는 서해상에서 북측 경비정은 지난해 모두 8차례, 올해 들어서는 22일까지 6차례나 NLL을 침범했다. 중국 어선들을 단속하다 우발적으로 내려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일. 중국 어선들의 NLL 침범도 골칫거리다.
북한 당국에 일정액을 내고 NLL 북측 수역에서 꽃게 조업을 하다가도 수시로 NLL을 넘어 내려와 우리 해역의 꽃게를 싹쓸이하다시피 한다. 해무 너머로 오늘도 200여 척의 중국 어선이 불법 조업 중이라고 해군은 설명했다.
각각 20여명의 장병을 태운 두 고속정은 NLL 남쪽 12㎞ 해상에서 시속 50㎞ 이상으로 고속질주하며 초계 및 어로작업보호 임무를 수행했다. 해군 고속정들의 초계임무 아래 연평도에서 온 1~1.5톤급 닻자망 어선 서너 척이 끝물에 접어든 꽃게 황금어장에서 그물을 끌어올렸다.
327호는 제1연평해전에 직접 참전했고 제2연평해전 당시 간접 지원임무를 수행했던 고속정이다. 351호 주재식(20) 일병은 "드넓은 서해 최전방에서 출동 임무는 힘들고 위험이 따르지만 임무 수행 사실이 보람 있고 기쁘다"며 "이곳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산화한 전우들에게 한 점 부끄럼이 없도록 제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3연평해전'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국민들에겐 두려움이 앞서겠지만 이들에겐 "현장 종결"이 답이다. 고속정 편대를 지휘하는 1,900톤급 초계함인 제주함 함장 김주영 중령(44ㆍ해사42기)은 "적의 어떤 도발에도 현장에서 사태를 종결시킬 수 있는 완전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늘 일전(一戰)이 있다.' 제주함 상황실 벽면에 걸린 구호다. 그들의 '일전'은 우리의 '오늘'이 무사한 이유이기도 하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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