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여의도 한나라당사 맞은편에 자리잡은 대하빌딩은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오후 2시 정몽준 최고위원을 시작으로 허태열 김성조 의원,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의 전당대회 선거사무실 개소식이 1시간 간격으로 열렸기 때문이다.
당 소속 의원들을 비롯한 당 관계자들은 이날 대거 대하빌딩으로 몰려들어 위 아래층을 오르내리며 당권주자들과 눈을 맞추느라 분주했다. 이날 이곳에 몰려든 이들의 관심은 단연코 이심(李心ㆍ이명박 대통령의 의중)과 박심(朴心ㆍ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의 행방이었다.
강재섭_이재오가 맞붙은 2006년 전당대회는 사실 박심 대 이심의 대결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심이 이 후보에게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한발 떨어져 있던 박 전 대표 측이 강 후보 지원에 나섰고, 결국 강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이심과 박심은 암암리에 대의원들에게 작용해 승부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선거전 개시와 동시에 이심 박심 논란에 불이 붙었다.
박희태 전 부의장과 허태열 의원은 각각 이심과 박심을 자신들이 대표한다고 주장한다. 허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출마 선언을 하고 나서 박 전 대표에게 보고를 드렸다”면서 “박 전 대표는 ‘이왕 출마를 하셨으니까 좋은 성적으로 당선되도록 최선을 다하십시오’라고 말했다. 그 속에 의도가 들어가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허 의원 측은 앞으로도 박심을 적극 활용할 태세다.
박 전 부의장 측도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이심은 우리쪽’이라고 흘린다. 최근에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부의장이 박 전 부의장을 지원한다는 소문까지 당 안팎에 났다.
그러자 발끈하고 나선 것은 정몽준 최고위원이다. 그는 전당대회 구도상으로는 주류로 분류되지만 누구의 의중에 기댈 처지는 아니다. 또 이심을 얻으려 해도 박 전 부의장과의 경쟁에선 밀릴 수밖에 없다.
그는 이날 아침 라디오에 출연 “한나라당이 전당대회에서 계파 정치로 회귀하면 국민배신 행위”라며 “이 대통령도 ‘친이 친박이 없다’고 했는데 대통령 말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상득 전 부의장이 다른 어느 특정 후보에 관해 ‘된다, 안 된다’는 말을 한다면 그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 부의장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이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한나라당을 대표한다는 의원들이 이번 선거에서 이심이 어떻고, 박심이 어떻고 거론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시대착오자 국민배신 행위로 (그렇게 한다면) 한나라당이 존재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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