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않겠다’던 정부와 한나라당이 23일 금주 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고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당초 23일 고시 의뢰→25일께 시행의 시나리오를 밝혔지만, 22일 당ㆍ정협의를 거치며 좀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서두르지 않고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한 뒤 고시를 하겠다” “국민 여론이 진정될 때까지 유보하겠다”며 ‘소통’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23일에는 이번주를 넘기지 않는 쪽으로 돌아왔다. 민심(民心)과 미심(美心) 사이에서 줄타기하면서 고민하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 중단키로 한 추가협상 합의에도 불구하고 촛불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은 당정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무작정 시간을 끈다고 해도 역시 재협상에 집착하는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릴 수도 없다. 추가협상 타결→수입위생조건 고시→개각의 순으로 전개될 국정 정상화의 시나리오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정부는 아직 고시 의뢰 및 시행 날짜를 구체적으로 못박지 않고 있지만, 미국산 쇠고기 난국을 금주 내 일단락하겠다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23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도 금주 내 고시를 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다음주로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반국민’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어떠한 보완장치를 내놓아도 미국산 쇠고기 자체를 거부하는 촛불민심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고 촛불을 끄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두 차례나 고시를 늦추며 당초 미측과의 합의했던 5월15일에서 한달 이상 시간을 벌어봤지만, 여론의 극적 반전은 없었다.
게다가 미측도 조속한 수입 재개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추가협의에 이어 추가협상에까지 나서면서 나름대로 보여준 성의에 대한 보답을 요구하는 것이다.
미측이 4월 합의의 핵심 사항인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출’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정치적 결단을 한 배경에는 하루라도 빨리 한국시장에 재진입하겠다는 자국 업계의 이해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이번 추가협상의 합의 내용을 확인해주는 서한도 수입위생조건의 고시와 동시에 우리 정부에 보내주기로 돼 있다.
정부가 어차피 내각 개편을 예고한 상황에서 고시 시기를 마냥 늦추는 것도 상황을 개선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쇠고기로 불거진 난국의 최종적 책임을 져야 할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개각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