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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들, 대우조선 인수 '돌격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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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들, 대우조선 인수 '돌격 앞으로'

입력
2008.06.2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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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수ㆍ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뜨겁다. 아직 입찰공고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 동안 외부 접촉을 꺼리던 재벌 총수들까지 직접 나서 총력전을 펴는 모습이다. 그룹 성장의 사활이 걸린 사안인데다, 재벌 총수들의 ‘능력’을 검증할 후 있는 기회인 탓에 재계 안팎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는 포스코, GS, 한화, 두산 4개 그룹이 뛰어든 상태.

우선 김승연(56) 한화 회장의 행보가 가장 눈에 뛴다. 지난해 4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폭력사태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김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김 회장에게 지난해 폭력사태는 야구경기의 9회 말 동점 상황에서 역전의 빌미를 준 뼈아픈 ‘실책’과도 같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초 태국 방콕에서 ‘2011년 그룹 매출 45조원, 해외 매출비중 40%’라는 비전을 수립하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진두지휘 했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경영일선에서 물러서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다행히 올해 초 사회봉사를 끝내며 폭력사태의 그늘에서 벗어난 김 회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라”, “얼마가 들어가든 반드시 인수하라”라는 초강경 메시지를 던지며 특유의 저돌적인 경영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김 회장은 특히 세계 최대 선박 발주처인 그리스와의 각별한 친분을 내세우며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선대 김종희 창업주에 이어 2대째 주한 그리스 명예 총영사를 맡고 있으며, 주한 그리스 대사관이 서울 중구 장교동의 한화빌딩 27층에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인연이 특별하다.

허창수(60) GS그룹 회장도 적극적이다. 허 회장은 2004년 LG그룹으로부터 공식 분가한 이후 “2010년 5대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내세웠지만, 아직껏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해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특히 인천정유, 대한통운, 하이마트 등 주요 M&A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면서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경영 스타일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을 맞아 “창조적 파괴를 통한 핵심시장 장악”, “전략적 선택을 했으면 모든 자원을 집중 투입하라”는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6대 재벌 총수다운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를 뒤집으며 야전사령관으로서의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을 계기로 복잡한 지분관계 탓에 사실상 집단지도체제 하에 있는 GS그룹의 의사 결정을 허 회장으로 일원화하는 작업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산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을 박용성(68) 회장 체제 공고화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박 회장은 2005년 11월 형제간 투서로 촉발된 비자금 사건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나, 지난해 3월 두산중공업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최근 중앙대 재단이사장으로 취임해 다시 한번 주목을 받은 그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서며 두산그룹 총수로서의 면모를 회복하고 있다.

포스코 이구택(62) 회장은 오너 없는 기업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직설 화법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포스코는 2006년 경영진과 이사회를 분리했기 때문에 이사회의 최종 승인 없이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직접 거론하며 이사회 설득과 여론 정지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계기로 재계 판도가 바뀔 수 있는 만큼 총수들이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새 정부 들어 첫 대형 M&A라는 점에서 의사결정권을 쥔 재벌 총수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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