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국펀드에 가리긴 했지만 일본펀드 역시 투자자 사이에선 ‘사연 많은’ 상품이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자. 2007년 초 “10년간 잠자고 있던 일본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각 은행과 증권사에서는 유독 일본펀드 추천이 많았다. 적극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작년 2~4월에는 2006년 말 대비 4배가 넘는 2조1,000억원의 자금이 대거 일본펀드로 유입됐다.
그러나 투자자의 예상과 달리 일본 경제는 실질적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본펀드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이 한창 수익률을 올리던 상반기에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2007년 6월 이후 일본 주식시장이 글로벌 경기침체와 더불어 하락하면서 10% 이상의 손실을 보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일본펀드 설정액은 꾸준히 감소해 최고 2조7,000억원에 이르던 액수는 올 초 1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50% 넘게 감소했다.
그러나 중국, 인도 등 대부분의 해외펀드가 추락을 면치 못하는 요즘 들어 일본펀드가 비상하는 모습이다.
일본펀드는 4월 한달 동안 10.35%의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5월에도 3.85%의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원 이상의 주식형 해외펀드 중에서 최근 1개월 수익률 상위펀드 10개 중 8개가 일본펀드다. 최근 3개월 수익률로 보면 상위 1~3위가 모두 일본펀드다. 어느 펀드 하나 제대로 된 수익률을 보여주지 못하는 지금 일본펀드는 거의 유일한 대안처럼 보인다.
그러나 2, 3개월 ‘반짝’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해서 일본펀드를 믿고 내 돈을 맡겨도 될까? 최근 수익률 상승국면에서 900억원 규모의 환매가 일어났다는 사실은 이 같은 투자자들의 고민을 잘 보여주고 있다.
증권사들의 전망도 다소 엇갈린다. 지난달 삼성증권은 일본증시가 상승세지만 펀드의 비중을 축소하라면서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반면, 하나대투증권은 하반기 변동성이 작은 선진국시장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일본펀드 매수를 권했다.
대우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07년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이럴 때일수록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함께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증권사의 이병훈 펀드리서치 파트장은 “일본의 최근 경기선행지수 반등, 외국인 순매수 지속 등은 긍정적 요소이나, 부진한 소비ㆍ투자로 인한 내수침체는 부정적 요소”라며 “종합적으로 볼 때 경기회복 신호가 확실히 보이기 전까지 일본펀드에 대한 장기투자보다는 단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기적 관점에서 일본펀드 가입시 환율 움직임에 영향을 덜 받는 환헤지형 펀드에 가입하라고 조언했다. 이 파트장은 “하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강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며 “원화에 비해 엔화가 더 약세를 보일 수도 있으므로 환차손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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