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ㆍ6 전당대회를 앞둔 통합민주당의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지역위원장과 대의원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결국 지도부회의에서 표면화한 것. 전당대회까지 정국 대응력을 한껏 높여내도 모자랄 판에 차려진 밥상조차 걷어차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력의 한계와 계파 이익을 앞세우는 구태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손학규 공동대표는 공개석상에서 구(舊)민주계를 겨냥,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다”, “이렇게 가다간 당이 망한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박상천 공동대표를 필두로 한 구 민주계는 논란이 돼온 서울 성동갑 지역위원장 표결 계획을 “고지가 충분치 않았다”며 보류시켰다. 전당대회를 불과 보름 남짓 앞둔 시점에 당 대표는 특정 계파를 공개 비난하고, 해당 계파는 전당대회 준비 일정에 제동을 거는 ‘몽니’를 부린 것이다.
이날 사단은 당내 계파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주당은 텃밭격인 광주ㆍ전남의 경우 아직까지 대의원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지도부가 소수파인 구 민주계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전체 대의원의 40%를 배분했지만, 전남도당위원장에 출마한 구 민주계의 국창근 전 의원측이 “소수파 배려 정신이 휴지조각이 됐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한복판인 서울 성동갑 지역위원장 선정 과정도 한편의 코미디다. 당초 ‘과도한’ 예외규정을 적용해 최재천 전 의원 대신 고재득 최고위원을 선임하려다가 비판여론 때문에 후퇴했던 구 민주계가 고집을 꺾지 않은 채 연일 중앙당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쇠고기 정국에서 ‘스타 변호사’로 떠오른 최 전 의원의 버팀목은 네티즌들이다.
손 대표측 핵심인사는 “구 민주계와는 도저히 이성적인 대화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수가 없어서 이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여기엔 정치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이미 총선 공천은 물론 이번 지역위원장 선정과정에서 손학규ㆍ박상천 두 공동대표의 행보를 두고 ‘나눠먹기’니 ‘밀실야합’이니 하는 비판이 비등하다. 그간 이 같은 문제점을 수 차례 제기했던 내부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해왔던 당사자도 두 사람이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손 대표는 공개적으로 이를 비판하고, 박 대표는 외면하는 상반된 행보를 보인 정도라는 얘기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등원 문제에 대해선 전혀 논의도 못했다. 한 초선의원은 “국민들 보기에 창피한 ‘식물 지도부’”라고 비난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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