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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검찰, 오얏나무 아래서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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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검찰, 오얏나무 아래서 뭐하나

입력
2008.06.2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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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5시 “장관 특별지시에 따라 광고중단 요구 행위를 단속하겠다”는 내용의 대검찰청 보도자료가 배포된 직후, 휴대폰으로 전송된 법무부 발(發)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기자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장관이 광고중단 요구 행위 엄단 특별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었다.

특별지시와 대책발표가 동시에 이뤄지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왜 이토록 다급했을까. 공교롭게도 이 날은 “인터넷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사흘뒤였다.

최근 법무부와 검찰에서는 검찰이 나서야 할 상황인지 의심스러운 사안에 대한 ‘뜬금없는 솔선수범’과 ‘엄단ㆍ엄벌 인플레’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인터넷 괴담 배후’ 엄단 방침 천명이나 촛불집회 엄단을 위한 새벽 간부회의 소집 등이 대표적이다. “(광고중단 요구 행위 수사는) 교통사고를 검찰이 수사하라는 것과 같은 얘기”라는 검찰 관계자의 발언에서는 조직 내부의 우려마저 감지된다.

역설적인 것은 엄단 방침을 검찰 스스로 희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거티브 사범 엄단’ 방침은 ‘네거티브 의원’들에 대한 무더기 무혐의 처분 앞에서 빛이 바랬다. 인터넷 괴담 배후 수사는 1명만 처벌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신성해운 사건은 흐지부지, 공기업 수사는 지지부진의 극치다. 최소한 지금의 검찰은 범법자들에게 전혀 무섭지 않다.

법무부와 검찰은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들이 얻어야 할 것은 ‘행정부와 외청’으로서의 지위 보장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다. 국민의 지지는 추상 같은 수사로 권력의 부조리를 견제한 검찰에게만 주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23일 또 다시 광고중단 사태에 대한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매는 수준을 넘어 망건만 두른 채 오얏나무로 질주하는 모양새다. 더구나 오얏을 딸 도구조차 부실해보인다. 여러모로 걱정스럽다.

박진석 사회부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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