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제프 바이첸바움 지음ㆍ오명숙 옮김/양문 발행ㆍ252쪽ㆍ1만2,500원
“이 사람도 1960년대 월남전 반대 운동을 열심히 했고 교수 신분으로 거리에 나가 반전 데모도 했는데, 컴퓨터나 인터넷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얘기를 많이 했단 말이예요.” ‘인터넷이 교육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최근 어느 논술 시험에서 지문으로 제시됐던 문장이다. ‘이 사람’은 누굴까?
컴퓨터 프로그램화 돼 가는 21세기 문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던 독일 컴퓨터 공학자 요제프 바이첸바움이 당사자다. 공학자에서 인문주의자로 거듭난 그가, 언론인 군나 벤트와 가진 대담의 주인공으로 왔다. 인공 지능에 대한 비판적 안목으로 의기 투합, 세상을 뜨기 전 10여년간 나눠졌던 두 사람의 담론에는 우리 시대 인문주의자의 사상적 궤적이 잘 포착돼 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폭력, 살인, 어리석은 짓, 광기, 무의미한 행동들 아닌가요? …(중략)…우리의 미친 사회에서는 어리석음, 광기, 무의미를 만들어 내고 있을 뿐입니다.”(25쪽) 1955년 최초의 은행 업무용 컴퓨터를 제작, 인간과 테크놀러지의 관계에서 새 역사를 열었던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정치인들은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유권자들을 위해 약속거리를 생각해 내고, 전혀 책임감 없이 행동하고 있어요.”(234쪽) 그의 출발점은 평범한 시민으로서 누구든 가질 법한 의문이었다. 권력이란 문제를 두고 회의 해 온 그는 인터넷의 권위에 이성적으로 도전한다.
그의 지적 중에는 이른바 인터넷 강국, 한국이 각별히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 있다. “웹은 이 세상에서 중요한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듯 하나, 의도적인 의장 정보가 넘쳐나는 엄청난 쓰레기 더미”(30쪽)라는 비판이 그것. 또 인터넷 윤리에 대한 말도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현 상태는 책임 거부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책임을 분할시키는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이제는 아무도 책임 지지 않아도 되는 지경에 이르렀어요.”(39쪽) 그는 지난 3월, 85세로 별세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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