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과 정몽준 최고위원이 22일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찾았다. 7월3일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지기 위해서였다.
정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을 미래를 준비하는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했고, 박 전 부의장은 “한나라당을 아름다운 화음이 나는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를 뽑기 위한 레이스가 두 사람의 출마선언으로 사실상 시작됐다.
두 사람은 우선 주류의 간판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여기서 이기면 당 대표직을 꿰찰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은 강약(强弱)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이력을 지녔다. 박 전 부의장은 지난 대선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경선 선대위원장을 지냈고, 여권 주류의 핵 ‘6인회’ 멤버였다. 한나라당에 뿌리가 깊은 명실상부한 주류다. 하지만 그는 ‘과거’다. 올해 70세인 그에게서 새로운 미래를 읽기는 힘들다.
반면 정 최고위원은 ‘미래’다. 이번 출마는 그에게 미래로 나가는 계단이다. 하지만 그는 뿌리가 없다. 무엇보다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패배를 안긴 원죄를 안고 있다. 주류측 대의원들이 누구를 간판으로 삼아야 할지 고민하는 이유다.
최근 기존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선호도 조사에선 정 최고위원이 1위, 박 전 부의장이 2위였다. 하지만 주류측 최종 판단과 그에 따른 대의원들의 조직적 움직임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두 사람의 주류 간판 경쟁은 친 박근혜계, 비주류 대표격 허태열 의원의 출마로 더 복잡해졌다. 친박 대의원들의 비중이 30%로 추정되지만 충성도가 높다. 따라서 그들이 허 의원쪽으로 일제히 결집하면 기존 구도는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
양론이 있다. “박 전 부의장에 우호적이던 친박 대의원이 허 의원쪽으로 이동, 정 최고위원이 유리해 질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계파 대립 전선이 명확해지면 결국 친이 대의원들에게 박 전 부의장을 찍으라는 오더가 일제히 내려갈 것”이라는 반론이 있다.
주류 2명과 비주류 1명이 3강 구도를 정립한 현 구도는 섣부른 예측을 불허한다. “의외의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3강 후보가 마이너 후보들과 어떻게 편을 짜느냐 도 변수다. 아직까지 각 후보 진영은 속내를 감추고 있지만 친이 후보간, 친박 후보간, 또는 지역을 고려한 복잡한 전략적 연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강 정립에다 어지러운 합종연횡.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이래저래 재미있게 됐다. 8명의 후보들은 24일 후보 등록과 동시에 열흘간의 선거 운동에 돌입하며, 25일부터 7월2일까지 주말인 28, 29일 제외하고 매일 TV토론에 출연하는 강행군을 벌인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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