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캡투어의 대주주이자 LG 오너 일가의 3세인 구본호(34)씨는 재미 무기거래상 조풍언(68ㆍ구속기소)씨의 자금을 이용, 마치 외국자본이 투자하는 것처럼 위장해 회사 주가를 띄운 뒤 팔아치우는 '검은머리 외국인' 식 투자로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 중수부(부장 박용석)는 2006년 9~10월 미디어솔루션(현 레드캡투어) 인수 과정에서 차입금을 자기자금으로 속이고 외국 법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처럼 허위 공시해 주가를 7,000원대에서 4만원대까지로 끌어올린 후 주식을 팔아 16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증권거래법) 등으로 구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구씨는 2006년 9월 미디어솔루션이 유상증자를 하면서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주식 100만주를 주당 7,000원에 배정받았다. 당시 글로리초이스차이나(20만주), 스카이에셋(10만주), 크라운그랜드(10만주) 등 외국 법인도 증자에 참여했다.
구씨는 또 미디어솔루션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180만주를 151억여원(주당 8,390원)에 사들인 뒤 그 해 10월 90만주를 카인드익스프레스사에 5배 이상 비싼 가격인 405억원(주당 4만5,000원)에 넘겼다. 이를 통해 구씨는 한달 새 미디어솔루션의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검찰은 증자에 참여한 이들 외국 법인의 실소유주를 조풍언씨로 파악, 결국 구씨가 조씨의 자금을 이용해 외국 법인이 투자하는 것처럼 꾸며 주가를 띄운 뒤 다른 차명계좌로 구입한 주식을 비싸게 팔아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조씨가 자신의 은닉재산을 관리해주는 대가로 구씨가 거액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공모한 것인지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씨는 "구씨가 돈을 빌려갔는데 어디에 썼는지 모른다"고 하는 반면, 구씨는 "조씨의 돈을 빌린 적이 없다"며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구씨의 아버지인 고(故) 구자헌씨와 고려대 동문으로 20여년 전 미국에서 만나 꾸준히 친분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씨는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언론은 나를 보고 '미다스의 손'이라고 하지만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주가조작 등 혐의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씨는 "내가 어떤 회사 주식을 사면 다른 이들이 그 회사의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따라와 주가가 오른 것이지 의도적 조작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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