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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시진핑의 방북 뒷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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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시진핑의 방북 뒷자리

입력
2008.06.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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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8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다면? 당연히 큰 뉴스가 될 게 틀림 없다. 극도의 보안 속에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한 경험밖에 없는 김 위원장이다. 그런 그가 외국에서 열리는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일대 사건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부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개막식 참석을 요청했다는 보도다.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은 한발 더 나가 시 부주석의 이번 방북 목적 중의 하나가 김 위원장을 초청,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 김 위원장의 비사교적 은둔적 성향 등을 감안할 때 중국측의 요청이 있더라도 그의 개막식 참석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예정 등 북핵 문제 처리에 상당한 진전이 있긴 하지만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점칠 만큼 여건이 성숙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보다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시 부주석의 방북 결과가 갖는 실질적 의미다. 17일부터 19일까지 2박3일에 걸친 그의 북한 방문은 촛불 집회와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및 청와대 진용 개편에 가려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넘어갔다.

▦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인 시 부주석은 취임 후 첫 순방지로 북한을 택했다. 북한을 매우 중시한다는 제스처다. 그는 방북 기간 북핵 해결도 강조했지만 농업과 경공업, IT산업, 물류, 변경지역 기반시설건설 분야 등에 실질적 경제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실력과 신용을 갖춘’ 중국 기업의 대북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달러와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투자 대상을 찾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다. 질 좋고 값싼 노동력을 보유한 북한이야말로 지금 중국 기업들에게는 최고의 투자처다.

▦ 그의 방북기간에 각종 협정도 체결됐다. 경제기술협조협정, 항공운수협정, 자동차운수협정 등이다. 2년마다 갱신 체결되는 경제기술협조협정에는 식량 비료 원유 등 대북원조 계획뿐 아니라 과학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교류협력이 포함된다고 한다. 북한은 그를 국가주석급으로 예우했으며 각종 제안에 “완전 찬동한다”고 장단을 맞췄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중관계가 제도적ㆍ구조적으로 공고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새 정부 출범 후 4개월, 남북관계가 경색을 면치 못하는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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