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66) 전 삼성그룹 회장 등에 대한 3차 공판이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민병훈) 심리로 열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이 그룹 비서실의 지시로 이뤄졌는
지여부 등을 놓고 특별검사 측과 변호인 간 공방이 계속됐다.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이날 에버랜드의 최대 법인주주였던 중앙일보의 자금담당자 임모씨를 증인으로 신청, 에버랜드 CB 인수권 포기 경위와 중앙일보의 CB 발행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특검측은“에버랜드와 중앙일보가 CB를‘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발행한 시점이 모두 1996년말이고, 실권주식분도 이재용씨와 홍석현 중앙일보회장이 각각 인수해 최대 주주가되는 등 전개과정이 매우 흡사하다”며“이 전 회장의 지시나 비서실의 조율이 있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임씨와 변호인 측은“에버랜드 CB는 유동성이나 환금성이 없다고 중앙일보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실권한 것이며, 비서실 지시는 없었다”며“언론사 특성상그룹 비서실과의 교류는 거의 없다”고 답했다. 중앙일보의 CB 발행에 대해서도“비서실과 연락 없이 독자 추진한것”이라며“전환가 5,000원은 통상 액면가로 발행하는 것을 고려했던 것으로, 현저한 저가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특검 측이 “2001년 검찰 수사에선 ‘96년 에버랜드 CB 실권 이전, 그룹 비서실과 삼성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어떻게 낮출지 협의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지 않았느냐”며 과거 진술조서를 들이밀자, 임씨는 “삼성과의 계열분리 차원에서 98년 협의했던 사실을 잘못 말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날 밤 늦게까지 계속된 공판에서 비슷한 내용의 질문과 답변의 반복으로 재판진행이 더뎌지자 재판부는 특검 측에“질문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으며, 이 전 회장은 연이은 재판 출석에 피곤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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