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지음/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224쪽ㆍ1만2,000원
대운하라는 발상을 하게 한 힘은 무엇인가.
지난해 <88만원세대>로 주목을 끈 저자는 개발이 점점 가속화돼 대운하로 정점을 이룬 지난 10년간의 한국 사회를 움직여온 힘을 ‘도시미학’과 그 뒤에 숨은 ‘건설미학’에서 찾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에 한 청계천 복원사업은 아름다운 조경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청계천은 지금 그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많은 한국인들은 일단 가시적 아름다움이 있으면 그것을 옳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이성이나 상식만큼 미학이라는 요소가 한국인들에게는 중요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청계천은 ‘생태복원’이 아니고 보건적 안정성도 입증되지 않은 도시조경사업에 불과하며 임시로 만든 물길에 물고기를 풀어놓는 ‘어항’에 불과하다면서 이러한 미학을 거스른다. 많은 한국인이 원래 있던 것을 깎아내고 그 위에 무엇인가 짓는 것, 시멘트 위에 색을 칠하고 인공장식물을 덧댄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며, 특히 한국정치인은 “시멘트만 보면 환장할 정도로 좋아하고, 그것이 ‘민족의 융성’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인의 미학이야말로 대운하를 비롯한 많은 개발 문제를 일으킨 원인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역대 대통령의 생태의식 수준을 살펴보면 환경보존에 대한 의식이 가장 높았던 이는 환경비전을 만들어 국가정책의 틀을 환경쪽으로 이동시킨 김영삼 대통령이었고, 김대중 정부 때는 ‘말로만 하는’ 환경의 시대였으며, 노무현 대통령 시기는 ‘말로도 안 하는’ 시기’ 였다고 분석한다.
도시화율이 85.2%가 넘는 상황에서 한국사회의 상상력, 특히 예술적 상상력은 모두 도시미학에 갇혀버렸다는 지적이 날카롭다. “노동운동에서 소설을 쓰고 싶어 도망쳐 온 공지영은 분당의 아파트에 갇혔다. 가장 먼저 생태시학을 주장했던 김지하는 일산의 오피스텔에서 더 이상 상상력을 발동하지 못한다. 수많은 드라마 PD들은 여의도에서 청담동 사이의 88도로 안에 갇혀있다. 90년대 예술혼을 갖고 싶어하던 건축가들은 테헤란로에 갇혀있다.”
그러나 대운하 사건에서 건설미학과 생태미학의 충돌을 감지하면서 “건설미학이 다른 미학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희망 섞인 진단을 한다.
건설미학은 2006년 판교 신도시 분양에서 2007년 종부세 도입까지의 클라이맥스를 거쳐 내리막길로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예술가들이 아름다움에 대한 실험과 새로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건설미학은 다시 되살아날 것으로 진단한다. 경제학자가 미학적 관점에서 사회평론을 하는 이유는 “미학이 궁극의 철학이며 경제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