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37)씨는 최근 술을 마신 뒤 택시 앞 자리에 타고 귀가하던 중 택시기사가 자꾸 시비조로 말을 걸자 손으로 기사 얼굴을 밀었다. 택시기사는 즉시 경찰서로 차를 몰았고, 운전 중인 자신을 폭행했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위반으로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꼼짝없이 전과자가 될 처지였다.
그러나 강동경찰서 확인 결과 이 택시 기사는 최근 6개월 동안 7차례나 운전 중 승객에게 폭행당했다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 기사는 경찰의 추궁에 “손님을 자극해 특가법 위반으로 고소하면 합의금이 더 커져서 그랬다”고 자백했다. A씨는 무혐의로 풀려났다.
자동차를 운행 중인 운전자를 때리거나 위협할 경우 가중 처벌하는 특가법이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되자 일부 ‘양심불량’ 운전자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 특가법 적용으로 재판을 받게 되는 피의자가 형량을 낮추기 위해 합의를 요구하면 합의금을 높게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승객 안전을 책임진 버스 기사 등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된 특가법이 오히려 승객을 전과자로 만들고 큰 부담까지 지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B(32)씨도 지난 4월 술을 마신 뒤 택시를 타고 귀가하다 먼 길을 돌아가는 택시 기사에게 항의하면서 팔을 잡았는데, 택시 기사는 기다렸다는 듯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기사에게 합의금으로 2,000만원을 지불한 뒤 약식 기소됐다.
경찰 관계자는 20일“일부 운전자들이 더 많은 합의금을 노리고 주로 술 취한 승객을 대상으로 약을 올리는 수법을 쓰고 있다”며 “승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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