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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바마의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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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바마의 자충수

입력
2008.06.2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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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버락 오바마 진영이 루머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전담 인터넷팀을 꾸렸다고 한다. 그래서 개설한 사이트가 ‘중상모략과 싸워라’는 의미의 ‘www.fightthesmears.com’이다.

그 동안 오바마를 괴롭혀온 루머는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미국적 가치와 동떨어져 애국심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코란에 선서한 과격 이슬람 교도라는 것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의 종교를 이슬람으로 잘못 아는 응답이 10%를 넘고, 애국심 평가에서도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에 크게 뒤지니 캠프가 긴장할 만도 하다.

▦ 최근 오바마의 화를 결정적으로 돋우고 급기야 전투 사이트까지 만들게 한 계기는 그의 부인 미셸이 백인 비하 발언을 했다는 소문이 인터넷에서 급속히 확산된 사건이다. 미셸이 시카고의 한 교회를 찾아가 연설하던 도중 백인을 경멸적으로 지칭하는 ‘화이티(whitey)’라는 용어를 썼으며 이 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가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오바마측은 미셸이 교회에서 연설을 한 적이 없으며 당연히 그런 테이프도 있을 수 없다고 펄쩍 뛴다. 인종적ㆍ종교적 편견을 가진 극우 보수파들이 악의적으로 조작한 괴담일 뿐이라는 것이다.

▦ 그러나 괴담에 대응하는 방식이 종종 지나쳐 구설수를 타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익이 미국의 이익이고 이스라엘의 적은 미국의 적이 돼야 한다’는 모토로 움직이는 유대인 단체에서 오바마가 행한 연설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달 초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의 정책수련회에 참석, “이스라엘의 안보는 신성불가침”이라며 “예루살렘은 분할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연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평화로 가는 모든 길을 봉쇄하는 발언”이라고 거세게 반발했고, 오바마는 부적절한 발언을 주워담기에 바빴다.

▦ 이런 저런 괴담에 짓눌린 오바마가 중부지역 노동자 표를 의식한 보호주의로 기울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판을 계속하는 것도 실망스럽다. 얼마 전 한미 FTA에 치명적 결함이 있다고 주장한 그는 또 “한국이 수십만대의 차를 미국에 수출하면서도 미국차의 한국 수출은 수천대로 제한하는 협정이 잘된 거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엊그제 쇠고기 문제로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한미 FTA엔 어떤 수정도 있을 수 없다”고 공언했다. 앞뒤로 꽉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FTA 신세가 참 가련하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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