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펭센'이 휩쓸고 간 필리핀 해역에서 21일 밤 승객과 승무원 등 800여명을 태운 여객선 '프린세스 오브 더 스타'호가 침몰해 수백명의 인명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AP통신은 22일 현재까지 4명이 구조되고 6구의 시신만이 발견됐을 뿐 탑승자 대부분이 실종됐다고 전했다. 현지 관리들은 당초 승선자 수를 747명이라고 밝혔다가 22일 밤 늦게 845명으로 파악됐다고 정정했다.
사고 여객선은 이날 마닐라를 출발, 세부로 향하기 위해 필리핀 중부 시부얀 섬 인근을 지나던 중 엔진 고장을 일으켜 최대 풍속 160km에 이르는 태풍을 견디지 못하고 침몰했다.
필리핀 당국은 사고 직후 생존자 수색을 위해 구조선을 사고지점 인근에 급파했으나, 거센 태풍으로 인해 구조선마저 해안가로 되돌아왔다. AP통신에 따르면 침몰한 배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한 승무원은 "100명 정도는 구명보트를 타고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나머지는 모두 배 안에 갇혔다"며 "아마 모두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생존 승객도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구명보트에 탔지만, 강한 바람에 많은 구명보트들이 뒤집어졌다"고 말했다. 사고 해역 인근에 크레스타 드 갈로 등 작은 섬들이 산재해 있어 생존자들이 인근 섬에 대피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로요 대통령은 21일 밤 예정된 미국 순방길에 오르기 앞서 전 공무원에 대한 비상근무 명령을 내렸다. 아로요 대통령은 관계자를 불러 "이 악천후 속에서 어떤 이유로 항해를 허락했는지 모르겠다"며 책임을 추궁했다. 하지만 해경 측은 태풍이 북서쪽으로 방향을 돌린다는 보도가 나온 뒤라 항해를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태풍의 영향으로 필리핀 전체에서는 최소 229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선박 사고가 일어난 시부얀 섬에서 멀지 않은 일로일로 지역에서만 101명이 숨지고 수 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정부는 중부 알바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11만7,000여 명과 남부 술탄 쿠다라트 지역 주민 5,000여명에 대해 대피 명령을 내렸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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