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들이 경제를 다루게 된 만큼 안정과 효율이 높아질 것이다.”
“경제운용이 보수화됨으로써 개혁은 멀어지고 관료주의가 다시 팽배해질 것이다”
지난 20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서 박병원 전 우리금융회장이 경제수석으로 임명됨에 따라,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박 수석으로 이어지는 당ㆍ정ㆍ청 경제수뇌부를 모두 옛 재정경제부 관료출신이 차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됐다. 새 정부의 경제운용, 나아가 한국 경제의 운명이 ‘재경부 출신 3인방’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데 이에 대한 기대 못지 않게 우려도 크다.
면모
임 의장은 행시 24회로 재경부 과장 시절 정계로 진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당내 탁월한 ‘정책경쟁력’에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까지 갖춰 신망이 높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도 각별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 장관은 행시 8회로 3명중 최고참이다. 아직 ‘개각변수’가 남아있긴 하나, 현재로선 유임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행시 17회인 박 수석은 두 사람과 달리 경제기획원 출신이다. 기획력과 조정력이 뛰어나고 관료 보다는 오히려 논객에 가까울 만큼, 탁월한 논리와 언변을 지녔다.
역학구도
종전까지 당(이한구 전 정책위의장)ㆍ정(강만수 장관)ㆍ청(김중수 전 경제수석)의 무게중심은 정부에 실려있었다. 추경편성 등 몇몇 사안에 대해 이한구 전 의장이 강한 제동을 걸긴 했지만, 그건 17대 국회 때의 얘기였다. 김중수 전 수석의 경우, 역할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결국 4개월도 못돼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그러나 새 당ㆍ정ㆍ청의 역학구도는 확연히 달라질 전망이다. 임 의장과 박 수석의 역할확대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임 의장은 최근 정책현안에 대한 언급이 잦아졌고, 목소리에도 힘이 부쩍 실렸다. 최근 공기업민영화 등 공공개혁문제를 놓고, 이를 주도해왔던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측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는데 결과는 민영화 유보론을 폈던 임 의장의 한판승이었다. 곽 전 수석은 결국 물러났다.
박 수석은 기존 경제수석 보다 훨씬 ‘파워풀’해졌다. 청와대 업무개편에 따라 장기국정과제(국정기획수석), 노동복지정책(사회정책수석), 교육(교육수석)분야까지 총괄하는 ‘정책팀장’을 맡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강 장관의 입지축소를 논하기는 이르다. 강 장관이 옛 재무부 국제금융국장이던 시절 임 의장은 그 밑에서 사무관을 지냈고, 재정경제원 차관 때 박 수석은 장관 비서실장이었다. 이런 개인적 연고를 떠나서라도, 강 장관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뢰는 여전하다. 따라서 당ㆍ정ㆍ청간 힘의 ‘쏠림’보다는 ‘균형’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강점과 약점
산전수전 다 겪은 경제관료 출신들이 수뇌부에 포진한 이상 보다 현실성 있는 정책이 만들어지고 정책추진의 효율도 극대화될 전망이다. 더구나 재경부 출신의 동질성도 있어 당ㆍ정ㆍ청간 소통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기획ㆍ조정력과 거시적 경제운용안목이 뛰어난 박 수석의 등장은, 금융ㆍ세제 위주의 미시적 마인드가 강한 강 장관이나 임 의장의 한계를 보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지나친 관료화, 지나친 보수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명박정부의 개혁정책을 주도했던 학자출신들이 퇴장하고 당ㆍ정ㆍ청이 관료일색화됨에 따라, 개혁보다는 안정론과 현실론이 득세할 것이란 우려다. 이 경우 공공개혁은 중단되고, 규제개혁은 더뎌질 수 있다. 인사정책에서도 민간우대원칙은 사라지고, 이 틈을 다시‘모피아’(옛 재경부출신관료)들이 비집고 들어갈 공산도 있어 보인다.
이런 사태를 피하려면 “사람은 바뀌어도 이 대통령이 결코 초심을 잃어선 안될 것”이란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주문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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