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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공습' 레바논·아프간… 20세기적 야만과 폭력은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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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공습' 레바논·아프간… 20세기적 야만과 폭력은 현재진행형

입력
2008.06.2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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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도시히로 지음ㆍ김해경 등 옮김/휴머니스트 발행ㆍ336쪽ㆍ1만5,000원

“내가 폭격한 것은 적의 전투원입니다. 민간인이 아닙니다. 지원을 요청하는 아군 지상부대의 지시로 목표물을 공격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9ㆍ11 테러 직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가해진 공습에 참여한 미군 베테랑 조종사는 “just do a job(단지 임무를 수행할 뿐)”이라며 한번 으쓱거릴 뿐이었다. 그것뿐일까?

일본의 전장 취재 전문 프리랜서 요시다 도시히로(吉田敏浩)에 의하면 공습이라는 전쟁 수행 형태는 20세기의 야만과 폭력을 가장 정확하게 상징한다. 현실적으로 그것은 이라크 참상의 고발과 철저한 반미주의로 귀착된다. 그는 땅 위의 인간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폭탄으로 비롯된 참상을 똑똑히 확인했다.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이 개입돼 벌어진 갖가지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던 책은 결정타를 부시 대통령에게 날려 보낸다. 저자는 “공습의 최고 사령관인 부시 대통령은 초강대국 미군의 최고 자리에 있는 세계 최대의 권력자”라며 “매스미디어는 민간인의 고통이라는 문제를 회피했다”며 둘 사이의 공모 관계를 폭로한다. 또 미 공군이 자랑하는 정밀 폭격(핀 포인트 폭격)이 실은 목표로부터 적어도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 벗어나는, 사실상의 무차별 폭격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의 현실적 선택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운다. 그는 “미일 군사일체화의 모델은 미영동맹”이라며 “일본의 자위군이 미군기와 날개를 나란히 하고 타국의 사람들을 공습, 살상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306쪽)”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폭탄 투하 버튼을 누른 사람의 바로 뒤에는 반드시 일본이 있다.”

공습은 현대전에서 더욱 극적으로 전개된다. 저자와 역자는 약속이나 한 듯, 후기에서 공습의 현재성을 강조한다. 저자가 후기를 쓰고 있던 2006년 7월에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벌어지고 있었고, 역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여전히 현재라고 주장한다. 역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해 파병한 한국도 미군 공습의 간접적인 가해자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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