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들어 범 경제팀의 요직은 옛 재무부(MOF) 출신이 장악했다. 경제
팀 수장 격인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을 필두로 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 이
한구^임태희 한나라당 전^현 정책위의장 등이 모두 이른바‘모피아(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다.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이 득세를 했던 참여 정부
와는 정반대였다. 그래서“거시 경제정책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박병원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일 신임 경제수석에 낙점된 주요 배경
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EPB가 자랑하는‘엘리트 관료’‘천재 관료’다. 예산총괄과장,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차관 등 EPB 출신이 밟을 수 있는 최고의 코스를 차례로 거쳤다.“ 경제수석만큼은 MOF가 아닌 EPB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반작용의 힘이 적지 않았던 셈이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 됐던 김석동^진동수 전 차관이 배제된 것도 MOF 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일단 박 전 회장의 경제수석 기용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후한 편이다. 기획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박신임 수석은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해 선택과 집중을 잘 할 수 있을 걸로 본다”며“부처 간 조율에도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 경제팀의 약점으로 지목돼온‘조율부재’‘기획 기능 미흡’ 등을 적절히 보완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다. 국정기획수석에 박재완 정무수석이 이동함으로써‘기획재정부장관-국정기획수석-경제수석’ 간 조화도 한결 매끄러워질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주목되는 것은 금융산업 정책에서의 변화다. 산업은행 민영화 등을 주도해
왔던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이 물러남으로써, 자연스레 금융산업 정책의 주
도권이 박 신임 수석에게 옮겨갈 거란 관측이다. 더구나 박 신임 수석은 우
리금융 회장 시절 산업은행^우리금융지주^기업은행 등을 묶는‘메가뱅크’
방안을 적극 주창한 바 있는 인물. 정부 관계자는“메가뱅크 방안을 다시
추진하지는 않더라도 현재 추진 중인 산업은행 민영화 등의 방안에는 상당
한 메스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과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는 냉철한 평가도 있다. 또 다른 정부
고위 당국자는“박 신임 수석은 현 정부에 대한 지분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김중수 전 수석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경제팀 내에서 확실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를 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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