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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라이프' 끝낸 美 작가 타샤 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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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라이프' 끝낸 美 작가 타샤 튜더

입력
2008.06.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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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와 수도 없는 19세기식 농가에서 1,000평이 넘는 정원을 매일 손수 가꾸며 ‘슬로 라이프(slow life)’를 실천해온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타샤 튜더가 18일 미국 버몬트주 맬버러 자택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3세.

미국 보스턴에서 요트ㆍ항공기 디자이너인 아버지와 초상화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타샤는 결혼하던 해인 23세에 ‘호박 달빛’(Pumpkin Moonshine)이라는 그림책을 내며 작가활동을 시작했다. ‘슬로 라이프’의 출발은 남편과 함께 뉴햄프셔주 웹스트의 옛 농가를 사들여 이사한 30세부터이다.

수도도 전기도 없는 이곳에서 타샤는 막내가 5세가 될 때까지 2남2녀를 키웠다. 소젖을 짜고 닭과 오리, 양과 돼지를 치면서 채소밭을 돌보고 꽃밭을 가꾸면서 열심히 그림을 그린 나날이었다. 그 사이 두 차례 이혼을 겪었지만 그림책을 내며 모은 돈으로 그는 56세에 마침내 넓은 정원이 딸린 농가를 갖는 꿈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었다.

버려진 농장 부지를 사들여 큰 아들의 도움을 받아 19세기풍 농가를 직접 지었다. 과수원과 정원에 과실수와 꽃을, 초지에 야생화 씨앗을 뿌려 가꾸었다. 버몬트 숲에 펼쳐진 그의 정원은 철이 바뀔 때마다 화려한 튤립, 단아한 작약, 눈밭에서 피어나는 수선화 등 꽃과 나무들이 흐드러진다. ‘비밀의 화원’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인의 투어가 끊이지 않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 중 하나이다.

석탄과 석유를 때지 않고 전기를 쓰지 않는 생활은 여전했다. 새벽녘부터 시작한 정원 일을 마무리하면 기르는 염소에서 젖을 짜 요구르트를 만들고 물레를 돌려 옷을 만들었다. 먹고 입는 모든 것이 자신이 길러내고 만든 자급자족의 생활이었다. 이런 자신의 생활을 그대로 담은 정원 가꾸기, 인형과 양초 만들기, 요리 책은 진작에 전세계에 번역됐다.

‘슬로 라이프’를 지탱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을 보여주는 듯한 그림책 역시 미국인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남편 조카에게 선물하기 위해 그렸다가 책이 된 ‘호박 달빛’은 위인전이 주류던 1930년대 미국 출판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어린이와 자연풍경, 애견 코기를 비롯한 동물과 꽃이 등장하는 고전적인 수채화가 주류인 ‘타샤풍’ 그림책으로 그는 미국 최고 권위의 그림책상인 칼데콧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코기를 주인공으로 한 ‘코기빌 축제’(Corgiville Fair) 등 자신이 줄거리를 만들고 삽화를 그린 책이 20여권, ‘소공녀’ ‘비밀의 화원’ 등 그의 그림이 들어간 동화까지 합하면 100권을 넘는다.

“잼을 저으면서 셰익스피어 읽을 수 있는” 삶을 사랑했던 그에게 행복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누가 물었다. “우리 손이 닿는 곳에 행복이 있습니다.”

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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