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백지윤(필명 르누아르)
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 청소년 문학상’ 5월 시 장원에 백지윤(혜원여고) 양의 <고양이> 가 뽑혔다. 이야기글 부문에는 최현아(누원고) 양의 <새벽바람> , 비평ㆍ감상글에는 김지윤(광주 설월여고) 양의 <결코 주저할 수 없는 아픔-‘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를 읽고> , 생활글에는 김영우(광주 제일고) 군의 <그 녀석> 이 각각 장원으로 선정됐다. 당선작은 ‘문장’ 홈페이지(www.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그> 결코> 새벽바람> 고양이>
고양이
- 백지윤(필명 르누아르)
고양이에게는 표정이 없어
상처라곤 한 번도 입어본 적 없는 것처럼
도도한 꼬리를 세우고 눈을 깜박이며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는 동공을 허공에 띄워 두지
뒷골목에 사는 고양이는
성별도 없는 것 같아서
그, 라고 불러야 할 지
그녀, 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르겠어 고양이는 그저
고양이일 뿐이라는 듯 무심히 바라보다가
침침한 골목으로 사라질 뿐이야
고양이가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어둠이 딱딱하게 굳어버려
호흡마저 힘든 밤에도
익숙한 고향인 양 거리를 가로지르고
아늑한 자궁인 양 잠을 청하지
낮에는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아무도 고양이의 발자국을 찾지 못해
간밤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쓰레기통들과
내장처럼 튀어나온 쓰레기들만이
고양이의 존재했음을 보여 줘
고양이의 상처는 어디에 숨어 있을까?
어쩌면 동공 깊숙한 곳에 감추어 두었는지 몰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에도
보기 흉하게 된 그것을 감추기 위해
원래 없었다는 듯 가면처럼
두 눈에 불을 밝히는 것인지 몰라
고양이가 되고 싶어
외로워도 좋아
나를 동공 깊은 곳으로 찔러넣어 숨기고 싶어
내게 다가오는 것들이 없었으면 좋겠어
고독한 동공과 쓸쓸한 걸음걸이를 닮고 싶어
고양이는 밤의 상처,
나는 상처조차도 되지 못하고
네온사인 아래를 기웃거려
(고양이는 이런 곳을 싫어하는데)
내가 사는 곳은 상처가 필요 없는 곳,
도둑 취급을 당하는 고양이들이 숨어 지내는 곳,
고양이가 되고 싶어
▲ 심사평
르누아르의 <고양이> 는 고양이가 되고 싶어하는 화자의 심리를 유연하게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또한 각각의 연에서 병렬적이지만 점층적으로 고양이의 성격을 하나씩 부여해주는 구조의 설계도 매우 돋보입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마지막 연에서 고양이가 되고 싶어하는 화자로 드러납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매개체를 유심히 관찰하여 그 내면을 바라보는 인식의 눈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경주ㆍ시인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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