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시어터(안방극장 시스템)를 한 번 찾아보시죠.”
인천 청천동에 있는 인켈 AV연구소. 1층의 홈시어터 시연실에 들어서자 한희진 인켈 사업전략팀 부장이 벽면을 가리켰다. 벽 중간에 파묻힌 LCD TV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 부장이 리모콘 스위치를 누르자 TV가 켜지면서 갑자기 벽과 천장에서 소리가 쏟아졌다.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벽면과 똑같은 문양의 스피커가 벽에 묻혀 있었다. 천장에서도 스피커가 45도 각도로 미끄러지듯 내려와 소리를 쏟아낸다. 인켈이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언론에 처음 공개한 ‘빌트인 홈시어터’다.
인켈이 달라졌다. 한때 국내 오디오의 최고 명가로 꼽히던 인켈이 부도의 아픔을 딛고 11년 만에 다시 일어나 종합 디지털기기 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1970년 일렉트로 보이스 오브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인켈은 76년부터 당시 ‘전축’으로 불리던 오디오를 선보이며 국내 1위 업체로 자리잡았다. 80년 미국의 유명 오디오 업체 셔우드를 인수하고 영국, 홍콩, 일본 등에 잇따라 현지 법인을 세우며 사세를 확장하던 인켈은 96년 해태전자에 인수된 뒤 97년 IMF 한파와 함께 부도를 맞았다. 그로부터 10년, 인켈은 법정관리 속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결국 2006년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지상 5층 높이의 AV연구소는 새롭게 달라진 인켈의 상징이다. 한때 1,000만원이 넘는 명품 오디오 시스템 ‘테마’를 만든 오디오 명가답게 ‘셔우드’ 브랜드로 해외에 수출하는 오디오 기기도 개발하지만, 주종은 요즘 추세에 맞게 홈시어터 시스템이다. DVD 플레이어와 앰프 역할을 하는 리시버, 6개의 스피커를 연결해 입체 음향을 만들어 내는 홈시어터 시스템은 요즘 인켈을 먹여 살리는 효자 상품이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한 것이 빌트인 홈시어터 시스템. DVD플레이어, 리시버, 스피커, TV 등을 15㎝ 두께의 아트월 벽면과 일체화해 깔끔하게 만든 시스템이다. TV 종류 및 화면크기 등은 이용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아예 아파트 시공 단계에서 설치되기 때문에 복잡한 기기 연결, 배선 처리 등을 일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모든 기기들이 벽에 내장돼 있어 리모콘 스위치만 누르면 된다. 그만큼 실내 공간이 넓고 디자인도 수십 가지여서 선택의 폭이 넓다. 김장호 책임연구원은 “벽 내부에 설치하려면 소리, 진동, 발열, 소음을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관련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고 소개했다.
시공 가격은 300만~500만원. 개인 판매도 고려하고 있지만, 주로 건설사들과 계약을 통해 신축 아파트 위주로 공급할 계획이다. 한 부장은 “분양가 상한제 탓에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건설사들이 관심을 많이 보인다”며 “시공은 건설사가 하지만 장비 공급, 설치 등은 인켈이 한다”고 설명했다.
인켈은 요즘 전자사전 및 전자교탁 사업에도 진출했다. 휴대용 전자사전 ‘뮤디’는 영, 중, 일 3개국어 사전을 내장하고 있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시청 및 동영상 재생 기능도 갖고 있다. 전자교탁은 교탁 내에 컴퓨터, DVD플레이어, 오디오 시스템 등이 내장돼 수업에 각종 멀티미디어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장치다.
최근엔 고급 노래방 시스템도 만들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쌓은 오디오 기술을 활용해 만든 인켈의 노래방 기계는 대당 가격이 2,000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이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품질을 중시하는 일본 다이찌교소와 계약을 체결해 월 4,000대 가량 수출한다. 한 부장은 “앞으로 빌트인 홈시어터, 전자교탁 및 전자수첩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컨버전스 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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