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도 이런 아수라가 없다. 서로 물고 물리는 이전투구가 치열하다. 방송은 정부를 물고, 보수 신문들은 인터넷을 물고, 보수 단체들은 방송을 물고 하는 식이다. 그 뿐이 아니다. KBS 노조와 PD들 간의 의견 대립, PD협회의 정치적 편향성에 반발한 일부 PD들의 탈퇴 등에서 보듯 이제는 집단 내부의 갈등까지 노골화하고 있다.
미디어들의 어지러운 싸움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 즉 정치성과 미디어 이기주의가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정치성은 정부의 방송사 인사와 개혁을 ‘장악 시도’라고 주장하는 PD협회와 일부 언론단체들에 의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KBS 부실경영과 편파방송, 정연주 사장의 인책론에 대한 반대를 ‘방송의 독립성’ 수호로 호도하며 촛불시위를 이용했다. 민주당까지 덩달아 춤추고 있다.
정부의 방송계에 대한 인사를 보면 그런 우려를 할 수도 있지만, 우려 수준인 것을 ‘현실’로 빌미 삼아 방송 본연의 자세를 팽개치고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다. 보수단체들이 연일 방송사 앞에서 반대 촛불시위를 벌이고, KBS 노조가 정 사장을 옹호하는 PD협회와 정치세력들을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PD들의 협회 탈퇴는 “이념과 사상을 이용해 개인의 출세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데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방송과 보수 신문들의 오만함과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객관성 상실, 둘 사이의 해묵은 감정대립도 싸움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촛불시위에 대해 잘못된 보도를 인정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상대의 흠만 잡아 공격하고 있다. 그런 공격은 선정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광고주 협박, 검찰의 나우콤 대표 구속에 대한 표적수사 논란, 방송의 특정 인터넷 포탈에 대한 특혜 의혹이 그렇다.
제도와 법 이전에 모든 미디어 스스로 정치성과 지나친 이기주의부터 버려야 한다. 정치성은 미디어의 생명인 공정성과 중립성을 해쳐 또 다른 시비와 대립을 부르고, 집단이기주의는 새로운 매체환경에서의 다양하고 건전한 경쟁을 막을 뿐이다. ‘나는 공정하고 정의롭고, 너는 편파와 독선’이라고 고집하는 미디어를 좋아할 국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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