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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 놓는 건설업계 '커지는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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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 놓는 건설업계 '커지는 시름'

입력
2008.06.2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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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조원이 묶여 있다. 이쯤 되면 벼랑 끝이나 다름없다. 환란 이후 최대 위기라 해도 틀리지 않다.

미분양이 쌓이면서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는 데다 부도를 내는 업체마저 급증하면서, 건설업계는 집단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문제는 건설업계만의 괴로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건설쪽에 돈을 빌려준 금융권, 특히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동반 부실위험도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의 경영여건 악화는 여러 수치에서 증명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76개 건설업체(상장법인 등 분기 재무제표 작성 기업)를 대상으로 조사한 1분기 경영성과 분석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이들 건설업체의 평균 부채비율은 168.1%로, 지난해말(156.4%)보다 11.7%포인트가 증가했다. 건설업체 부채비율은 지난해 2분기 152.9%, 3분기 153.9%, 4분기 156.4% 등으로 소폭의 증가세를 이어오다 올 들어 그 폭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차입금 의존도도 지난해 4분기 22.9%에서 올 1분기 27.6%로 늘어났다. 미분양 증가에 따른 회사 운영자금난을 해소할 요량으로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대거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들어 건설업체들이 발행한 회사채 금액만도 2조2,4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세배로 급증했다.

건설업계의 재무구조가 부실해진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급증하는 미분양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와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13만1,700여가구. 하지만 실제 미분양 가구수는 이보다 2배 가까운 25만 가구를 넘어서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런 미분양으로 묶인 유동성 규모만도 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도권과 지방, 대형사와 중견ㆍ중소건설사를 막론하고 최근 분양하는 현장 대부분이 미분양 사태를 빚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미분양 증가로 인한 건설업계 경영 부담은 한동안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쓰러진 건설업체도 속출하면서 생존 자체에 위협을 느끼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난 일반 건설업체는 모두 120곳. 한 달에 10개 꼴로 쓰러진 셈이다. 올 들어서만 5월까지 45개 일반 건설업체가 문을 닫았다. 전문 건설업체까지 더하면 5월까지 전국에서 부도난 건설업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7%가 늘어난 144개사에 달한다.

그렇다고 건설업계 지원책과 같은 구원의 손길을 정부에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건설업계의 숨통을 터주고자 내놓았던 미분양 해소 대책도 실효성이 의심되는 데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보완 등의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건설업계가 난국에서 헤어날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19일 “(분양가 상한제를) 어렵게 만들었는데 쉽게 걷어낼 수 없고 또 보완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미분양 관련 추가 대책 가능성에 대해서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런 업계의 고통은 기본적으로 건설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당장의 시장호황만 믿고 무작정 아파트만 지었다가 시장붐이 꺼지자 미분양에 허덕이는 구태를 수십 년째 반복하고 있다. 정부지원으로 미분양이 줄어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무작정 아파트만 지어대는 주먹구구식 경영행태를 좀처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차원의 미분양 지원책과 함께 건설업계 스스로의 자구노력도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고유가와 철근 등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어려움은 차치하더라도 수도권ㆍ지방 미분양 사태 등은 수요판단 오류와 고분양가 폭리와 같은 업계 스스로의 책임도 크다”며 “주택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뒷처리’식 대책이나 규제완화만을 기대하기 보다는 분양가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리는 등의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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