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특별기자회견에서 ‘촛불정국’과 관련, 국민에게 사과하고 반성의 뜻을 거듭 밝혔다. 취임 116일 만에 두 번씩이나 국민에게 머리를 숙이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 착잡한 마음을 진솔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지난달 22일의 대국민 담화에 비해 진일보했다.
특히 협상과정의 오류를 솔직하게 시인하고 반성하라는 요구에 근접한 배경설명이 처음으로 이뤄졌다.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 쇄신과 함께 협상과정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반성이 다수 국민의 집약된 요구였음을 생각하면 충분히 진정성을 인정할 만하다.
대통령이 협상과정의 부주의와 소홀의 배경까지 밝힌 것이나,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금지에 대한 미 정부 보증이 없는 한 정부 고시는 없다고 밝힌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죽어도 재협상 아니면 안 된다는 야당이나 일부 시민단체는 다를 수 있지만, 추가협상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도는 많이 나아질 전망이다. 촛불정국의 도화선이 된 미국산 쇠고기 안전확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진 않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다짐이나 한미 양국의 추가협상 내용으로 미루어 구체적 형식 문제만 남았을 뿐, 실질적 안전장치는 거의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금명간 이뤄질 청와대 인사 개편과 국회 정상화와 보조를 맞춰 단행될 개각 등을 함께 시야에 넣는다면 다수 국민의 일치된 요구는 거의 이뤄지는 셈이다. 따라서 어제 회견은 시국 정상화의 계기로 삼을 만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촛불정국에 정부가 떠밀리면서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온갖 요구가 쏟아져 나왔지만, 구체적 정당성을 결여한 요구에까지 정부가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촛불시위가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 문제 때문에 빚어진 게 아니라 ‘MB식 국가운영방식’에 대한 전반적 비판이라는 주장이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촛불시위의 객관적 전개과정에 비추어 뒤늦은 강변이거나 사후적 해석일 수 있다.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 그런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방안은 ‘정권 퇴진’ 뿐이다. ‘정권 퇴진’ 주장 자체는 민주주의 본연의 자유에 속할 수 있지만, 그것을 실현하려는 행동 하나하나는 분명 그 자체가 헌법질서를 흔드는 해악이다.
이 대통령은 말썽 많던 대운하 포기의사를 드디어 밝혔고,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대운하 사업준비단을 해체키로 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국정 운영을 시작한 셈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다짐도 되풀이 강조했는데, 경제환경이 이토록 나빠진 마당에 나라가 계속 어수선해서는 경제가 나아지기는커녕 현상 유지도 어렵다. 이제 정말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 모두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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