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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배경 소설 '송연 이야기' 쓴 할바차키스 "식민지배·전쟁 등 그리스-한국史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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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배경 소설 '송연 이야기' 쓴 할바차키스 "식민지배·전쟁 등 그리스-한국史 비슷"

입력
2008.06.2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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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작가가 일제 말기 조선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 출간됐다. 한국계가 아닌 외국 작가가 한국을 무대로 소설을 쓴 경우는 펄 벅의 <살아있는 갈대> (1963), 마거릿 드래블의 <붉은 왕세자빈> (2004) 등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에 <송연 이야기> (안티쿠스 발행)를 낸 콘스탄티노스 할바차키스(79)씨는 6ㆍ25전쟁 직후인 1953년 겨울부터 1년 가량 주한 그리스군으로 활약했고, 67년 그리스정교회 신부로 6개월간 한국에서 봉직한 경험이 있다.

이 두 번의 한국 체류 기간 동안 자신이 ‘송연’으로 기억하고 있는, 함경남도 원산과 강원도 북부에 걸쳐 있는 마을에서 월남한 가족들을 인터뷰해서 67년 탈고한 작품이 <송연 이야기> 다.

쓴 지는 40년을 넘었지만 이번이 첫 출간이다. 2005년 세계정교회 수장인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 방한 수행 이후 3년 만에 네 번째로 한국을 찾은 할바차키스씨는 19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을 만나 “행여 한국의 습속이나 식민지 현실을 잘못 전할까봐 걱정되고, 내가 들은 이야기 속 사람 이름ㆍ지명을 정확히 확인할 길이 없어 원고째로 갖고 있었다”고 늦은 출간의 이유를 밝혔다.

출판사 측은 “한국 현대사 전문가의 감수, 해당 지역 실향민 노인들의 증언 등을 통해 작품 속 내용이 사실(史實)에 충실하다고 판단했다”면서 “한국의 예법이나 대화법과 맞지 않거나, 일본 유풍을 한국 것으로 혼동한 부분 등을 작가 허락 하에 손봤다”고 말했다.

감수를 맡은 윤해동 성균관대 연구교수는 “씨받이 유습을 비롯, 30ㆍ40년대 조선 풍속이 잘 드러났다”면서 “마을 원로들이 행사하는 의사 결정권이 과장 서술된 측면은 있지만, 식민지 말기 총동원체제 하에서도 촌락의 전통적 자율성이 유지되고 있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설엔 크게 두 개의 갈등축이 있다. 하나는 주인공 ‘김후평’의 아내가 마을 주둔 일본 장교의 구애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마을 원로회의 논의 내용을 발설했다는 이유로 자결을 강요 당한 일을 놓고, 김후평이 원로회의와 맞서는 내용이다.

또 하나는 일제가 송연에 세운 태평양전쟁 포로 수용소-국내에 이런 시설이 있었다는 학계 보고는 없다-에 감금된 미군들과 김후평 등 마을 주민들이 연합해 일본군을 송연에서 몰아내는 내용이다.

마을 내 갈등은 일본군 축출이라는 대승적 과업 앞에서 조화롭게 해결된다. 간결한 문장과 속도감 있는 전개가, 다수의 역사소설을 비롯한 20권 이상의 책을 써낸 할바차키스의 필력을 보여준다.

현재 그리스의 한 병원교회 신부로 봉직 중인 할바차키스씨는 “오랜 식민지배, 외부에 의한 해방과 이어진 내전 등 그리스와 한국 현대사엔 공통점이 많다”면서 “한국 출간에 힘입어 <송연 이야기> 의 그리스 출판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출판사 측은 할바차키스씨가 1953~54년 한국에서 군복무하며 그리스 신문에 주둔지 상황을 전한 연재글을 모은 에세이집 <한국: 위대한 시간들> (1965) 출간도 검토 중이다.

글ㆍ사진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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