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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쎈돌 - 돌부처 '엇갈린 행마' … 베이징 마인드게임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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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쎈돌 - 돌부처 '엇갈린 행마' … 베이징 마인드게임 출전

입력
2008.06.2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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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 1회 월드마인드스포츠게임 바둑 부문 경기에 이세돌은 참가하고, 이창호는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기원은 18일 오후 한상렬사무총장이 이창호 이세돌과 각각 면담을 갖고 본인들의 이 같은 의사를 최종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이창호는 “건강 상태가 아직 완전치 않아 하루 평균 두 판씩 일주일 동안 계속 대국을 해야하는 경기 스케줄을 감당키 어렵다”며 불참 사유를 밝혔다.

지난해 건강 악화로 인해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던 이창호는 올 들어 컨디션이 크게 회복됐으나 혹시나 작년과 같은 어려움을 또 겪지나 않을까 우려, 체력 보호에 몹시 신경 쓰고 있는 상태다. 지난 주 최근 시작된 국수전 예선에도 불참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국수 조절에 나선 것은 그래서다.

이세돌 역시 당초에는 “빡빡한 대국 일정을 도저히 소화하기 힘들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으나 한국기원 측의 간곡한 출전 요청을 받아들여 마음을 바꿨다. 대신 대회가 끝난 후 자신의 국내외 기전 대국 일정을 짤 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고 한국기원은 이를 받아 들였다.

그 동안 선수단 구성의 걸림돌이었던 ‘양 이(李)’의 출전 여부 문제가 마무리됨에 따라 한국기원은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선수 선발 작업에 들어간다. 원래 엔트리 마감은 20일까지지만, 이 같은 사정에 따라 선수 명단 제출은 7월 12일까지로 연기했다.

선수 선발 기준은 이미 밝힌 대로 5월 랭킹이다. 남자 단체전 6명(예비후보 1명 포함), 여자 단체전 3명, 남자 개인전 5명, 여자 개인전 3명, 혼성 페어 6명(3팀), 오픈 개인전(2명) 등 총 6개 종목에 출전할 선수 25명 가운데 21명은 프로, 4명은 아마추어로 채울 예정이다.

남자 프로 선수는 랭킹 순으로 이세돌 박영훈 목진석 조한승 강동윤 원성진 박정상 백홍석 한상훈 이영구 최철한 온소진 홍성지 등 13명, 여자 선수는 박지은 이민진 김혜민 이하진 권효진 김은선 이슬아 박지연 등 8명이 확정됐다. 본인의 희망 및 국내 기전 일정 등을 감안해서 단체전이나 개인전, 혼성 페어 경기등 출전 종목을 정할 예정이다. 아마추어 선수는 대한바둑협회가 21일 선발전을 치러 뽑는다.

■ 한국기원 갈짓자 행보 파문 자초

10월4~17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1회 월드마인드스포츠게임 출전 문제는 한국기원에 한 바탕 평지풍파를 몰고 왔다.

원래 이 대회는 올림픽의 열기를 마인드스포츠까지 확산시키기 위해 유럽의 체스, 브리지계 인사들이 중심이 된 국제마인드스포츠협회(IMSA)와 중국기원이 손을 잡고 추진한 것. 체스, 브리지, 바둑, 체커, 중국 장기 등 5개 종목에서 모두 35개의 금메달을 놓고 겨루는 일종의 '마인드 올림픽'이다.

세계 100여 개국에서 2,000명 가량의 선수가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대회에서 한국은 바둑 부문에만 출전한다. 국내에도 체스연맹, 브리지협회가 구성돼 있지만 아직 경기 수준이 너무 낮아서 출전할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바둑 부문에는 6개의 메달이 걸려 있다. 그러나 이 대회가 기본적으로 아마추어 중심으로 상금이 한 푼도 없을 뿐 아니라 바둑에 걸린 메달수가 체스(10개)나 브리지(9개)에 비해 너무 적어 바둑이 이들의 들러리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도 있다.

당초 한국기원에서는 이 대회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은 그래서다. 개별적으로 참가를 희망하는 프로를 중심으로 적당히 구색만 갖춰 선수단을 꾸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중국과 일본이 정상급 기사들을 총동원, 최강팀을 파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더욱이 허동수 한국기원이사장이 "바둑 최강국의 위상에 걸맞게 정예 선수단을 파견해 좋은 성적을 거두라"고 지시함에 따라 그 동안 받았던 출전 신청을 모두 취소, 랭킹 순으로 선수를 선발하기로 갑자기 방향을 급선회했다.

그러나 한국기원의 선수 선발 원칙이 어느날 갑자기 '희망자 우선'에서 '랭킹순 선발'이라는 일종의 강제 소집 방식으로 바뀌자 톱 랭커인 이창호와 이세돌이 이에 반발, '불참' 의사를 밝혔고 일부 기사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로 변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또 당초 기원 측에 출전 신청을 했다가 선수 선발 방식이 바뀌면서 자동 탈락한 기사들은 그들대로 기원 측에 불쾌감을 표시하는 등 바둑계 내부에서 적지 않은 불협화음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기원은 부랴부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는 개인, 단체 구별 없이 입상자 전원에게 1인당 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당근'을 제시하는 한편 상위 랭커들에게 대회 참가 안내문을 발송하고 단체 설명회 및 개별 접촉을 통해 출전을 독려하는 등 총력전을 편 끝에 겨우 사태를 수습했다.

한편 바둑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기원의 공식적인 대회 출전 요청을 일부 소속 기사가 개인적인 사유로 거부하는 게 정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이 같은 사안에 대해 뚜렷한 명문 규정이 없는데다 아직 바둑이 완전히 스포츠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국내 여건도 한몫 했다.

'국가 대표팀 소집'같은 제도도 없을 뿐더러, 이번 대회가 과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같이 국가의 명예가 걸린 중요한 대회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 개인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선에서 대충 마무리됐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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