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 전ㆍ현직 삼성 경영진 8명에 대한 두번째 공판이 18일 열려 조준웅 특별검사팀과 변호인측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민병훈)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는 에버랜드 CB 발행실무를 주도했던 박병주 삼성에버랜드 경영지원실장과 에버랜드 사건으로 1ㆍ2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박노빈 에버랜드 사장 등이 특검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검 측은 이들에게 1996년 에버랜드 CB 발행 당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유상증자가 아닌 CB 발행을 택한 이유, 에버랜드 법인 주주들의 실권 경위 등을 집중 추궁했다. 윤정석 특검보는 "CB 발행과 기존 주주들의 실권으로 인해 이재용씨 남매에 지배권이 넘어가는 것을 예상치 못했느냐"고 박 실장을 몰아붙였다. 이에 맞서 박 실장은 "당시 차입금이 3,200억원까지 증가해 장기 저리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었고, 대량 실권을 전혀 예상 못했다"며 "애초 긍정적 인수 의사를 표시한 주주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두번째 증인으로 나온 박 사장은 "그룹 비서실에 CB 발행사실을 알려주긴 했으나 CB발생은 그룹의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라 회사가 자체로 결정한 것"이라며 "CB발행 결의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 그룹비서실에서 '이 전 회장의 실권분을 재용씨 남매가 인수하고 추가 실권분 역시 가급적 인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알려왔으나 이를 사전에 그룹 측과 공모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 각 계열사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의 가능성을 따져보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민 부장판사는 "주식매매의 유형과 경위에 대한 증거조사가 필요하다"며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중한 범죄로, 양형에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변호인은 재판에 앞서 "이 전 회장이 저혈당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니 재판 도중 소량의 당분을 섭취할 수 있게 해달라"며 재판부에 양해를 구했다. 이 전 회장은 재판이 8시간 이상 진행되자 피곤한 모습이었으나 "끄떡없다"며 법정을 나섰다. 다음 공판은 20일 오후 1시30분에 열린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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