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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새 수장들 '글로벌 IB 육성' 한판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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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새 수장들 '글로벌 IB 육성' 한판 대결

입력
2008.06.1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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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과 가까운 관료 출신 정책통이 아무래도 유리할거야.”

“무슨 소리야.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아니면 힘들어.”

이달에 새로 취임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놓고 업계에서 오가는 얘기다. 특히 신임 수장들은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라 글로벌 IB(투자은행)를 향한 치열한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은 상태. 더구나 관료와 민간출신 비중이 엇비슷해 양측 경쟁력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수장이 바뀐 증권사는 삼성증권, 현대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SK증권 등이다.

현대증권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최경수(58) 신임 사장이 선임되면서 각자 대표이사인 회장, 사장을 모두 관료 출신이 맡는 보기 드문 전례를 남기게 됐다. 김중웅 회장은 재무부, 한국개발연구원, 행정심판위원회 등을 거친 관료 출신이며, 최 신임 사장도 2005년 조달청장으로 퇴임하기까지 30년 이상을 공직에 몸 담았다.

공직시절 최 사장의 별명은 ‘혁신 전도사’. 틈만 나면 “관료도 기업인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실천에 옮겼다. 그가 이끈 조달청은 2004년 ‘정부업무평가 우수기관’, ‘정부혁신평가 최우수기관’ 등의 상을 휩쓸었다.

소문난 워커홀릭인 그는 현대증권 사장 취임 이후에도 매일 밤 10시가 넘도록 사무실에서 업무보고를 받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최 사장은 관료 출신인데도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고 있고,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시장에 대한 이해가 밝다”고 전했다.

삼성증권과 NH증권은 업계 베테랑 CEO로 응수했다. 박준현(55) 삼성증권 신임 사장은 서울대 법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삼성생명 재무기획팀장, 자산운용본부장, 기획관리실 부사장 등을 거친 삼성그룹의 재무통. 30년 이상 삼성생명에서 근무했지만, 실제 업무는 금융 전반에 걸쳐 있다.

과거 삼성증권 대형화, 동양투신 인수, 삼성선물 인수 등을 주도해 현재의 삼성 금융계열사 형성의 실질적 산파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투자 성향은 다소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9일 취임간담회에서 “금융기관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감당할 만한 위험 내에서 운용하며, 장기적 투자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위험관리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과감한 구조조정과 해외투자를 통해 삼성생명이 IMF를 극복하는 데 기여한 점, 카드채 위기 때 삼성카드에 대한 과감한 자본투자 결정으로 자산 100조원 시대를 여는 데 핵심적 역할을 주도한 이력이 이를 증명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처럼 큰 그림을 보면서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박 사장의 장점이 향후 IB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NH투자증권 정회동(52) 신임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환은행에 입사, LG투자증권 지원총괄 부사장을 거쳐 흥국증권 대표를 역임했다.

취미인 바둑을 두는 것처럼 신중하고 전략적인 사고가 항상 몸에 배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그룹 기획조정실 근무 당시 입안한 ‘계열사 및 CEO 경영평가기준’이 수년간 LG그룹의 인사고과정책으로 시행된 점은 그의 분석적이고 꼼꼼한 성격을 대변한다.

업계 관계자는 “평소 성격은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겸양의 미덕’을 중시한다”고 전했다.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경영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정 사장은 최근 취임사에서 “농협과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선진적인 IB 중심 증권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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