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다시 물류대란이 현실로 되었다.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종합적인 유가인하 및 보조금 지급 확대, 운임현실화, 표준요율제 도입 등이다. 유가 인하와 보조금 지급 확대 요구는 최근의 경유가 급등에 따른 것으로 너무나 당연하다.
반면 운임 현실화와 표준요율제 요구는 고유가 탓도 크나, 화주가 운임 인상으로 유가상승분 만큼 보전해 주더라도 그 요구를 충족시킨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화물운송시장의 고질적인 다단계 거래구조 때문이다. 화주의 양보로 다행히 이번 물류대란이 해결되더라도 문제는 고스란히 남게 되는 것이다.
5년 전 화물연대는 낮은 운임의 원인이 화물운송시장에서의 공급과잉으로 보고 화물차 수급조절제 도입을 요구했다. 정부도 제도화를 통해 시장에의 차량 진입을 현재까지 막고 있다.
그동안의 공급 동결조치에도 불구하고 운임은 제자리걸음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자료에 의하면 2008년 1.4분기 현재 40피트 컨테이너의 부산-수도권 구간운임(차주수령 기준)은 2005년과 비슷한 73만원에 머물고 있다.
원인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같은 기간 운송물량의 증가가 미미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단계 거래관행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영업용 화물차가 담당하는 운송물량이 제자리걸음인 것은 전체 국내 물동량 증가가 미미했던 요인도 있기는 하나, 그보다는 자가용 화물차의 자가운송물동량을 흡수하지 못한 탓이 더 크다. 운임하락 대책으로 요구한 차량 공급동결조치가 오히려 운송시장을 더욱 경색시켰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을 선도하는 일부 우량운수회사를 중심으로 차량공급 동결조치의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래서다.
운임 현실화를 위해 자율운임을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대로 강제성을 띠는 표준요율제로 전환하게 되면 화물운송시장은 더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강제성은 없지만 운임 산정의 지침 역할을 할 수 있는 참고원가제 등 차선책에 대한 화물연대의 대승적 양보가 요청되는 부분이다. 결국 운임현실화의 핵심은 화주-주선업체-운송업체-지입차주로 이어지는 다단계거래구조를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겠다.
운송거래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묘책은 없는 것일까? 먼저 화주와 개별 차주 간 직거래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개별 차주를 하나의 운송망으로 묶는 공동운수회사 또는 개별 지입차주를 회원으로 하는 조합형 공동운수회사 등의 설립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 회사를 통해 화주와의 거래단계를 줄여 운임 현실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2003년 물류대란 이후 도입된 화물자동차 운송가맹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이 사업은 난립된 운송업체와 주선업체를 같은 운송망으로 묶어 거래단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되었으나 여러 제한조건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가맹운송망 내에 지입 차주 가입을 허용하고 운송업체-주선업체 간 정보유통도 허용하는 등 활성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운송업체가 직영 차량을 일정 부분 소유하게 하는 지원방안 강구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시장 전체로는 지입 차주가 줄어 거래단계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화물운송시장은 화주, 운수회사, 차주 간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힌 복잡한 민간시장이다. 정부도 17일 5가지 대책을 제시했지만, 이런 시장에 대한 근본적 개선은 모든 이해당사자가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조정 역할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정승주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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