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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총, 극과 극으로

입력
2008.06.1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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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지도부는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미국 가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합의하고 온 사람들이다.”(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실성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발언.”(한국노총)

잠잠하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갈등이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의 파업,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언 등을 계기로 다시 불거지고 있다. 양 노총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총파업을 놓고 원색적인 말로 다투는가 하면 파업에도 확연한 행동 차이를 보였다.

날 선 대립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이 위원장은 17일 민주노총총파업 일정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한국노총 지도부를 ‘광우병 쇠고기 수입 합의의 공범’으로 몰아세우며 “이미 노동조합이기를 포기한 조직”이라고 맹비난했다.

지난 4월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을 타결시킨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이 동행한 사실을 겨냥한 것이다.

한국노총은 18일 ‘이석행 위원장의 무책임한 거짓 선동 책임을 묻겠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실성한 발언’이라고 몰아쳤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부는 물론 미국 정부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촉구,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 항의 서한 전달 등 한국노총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위해 노력한 ‘알리바이’를 일일이 열거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해서도 “촛불 정국을 오로지 자신들의 조직이기주의와 헤게모니 쟁탈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며 “총파업 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철부지 민주노총’에 강력한 철퇴를 내려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고유가로 인한 ‘생계형 파업’에 대해서도 양 노총의 행동은 극을 달리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건설기계분과)와 한국노총 전국건설기계노조는 16일 오전 0시를 기해 동시에 파업에 들어갔다.

16, 17일 상경 투쟁을 한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8일부터 현장에 내려가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반면 한국노총 건설기계노조는 17일 정부가 제시한 지원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18일 오전 0시를 기해 파업을 철회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유가의 영향이 민주노총 다르고, 한국노총 다른 거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양 노총 간 정제되지 않은 다툼의 근저에는 해묵은 노동운동 주도권 싸움이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주노총은 노동 현장 중심으로 한동안 노동운동을 주도해 왔지만 참여정부 들어 약화했다. 민주노총은 잦은 총파업 등으로 조직이 이완되고 노사정 협의를 거부하면서 정부로부터 ‘왕따’를 당했지만 한국노총은 적극 참여하면서 발언권을 높여왔다. 결국 2006년 9월 노사정 협의를 마치고 나오는 이용득 당시 한국노총 위원장을 민주노총 조합원이 폭행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양 노총은 ‘루비콘 강’을 건넜다.

이에 따라 이번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언도 이명박 정권과 정책연대를 맺으며 외연을 확대해 온 한국노총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온 민주노총이 촛불정국이라는 유리한 환경을 이용해 다시 주도권 싸움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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