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8일 결국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전면 개편으로 입장을 최종 정리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대대적 물갈이가 해답이란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대통령은 류 실장의 거취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교체하자니 적임자가 마땅치 않고, 유임시키자니 "민심을 외면한다"는 여론의 역풍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성과 쇄신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는 최측근부터 교체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교체 방침을 굳혔다고 한다.
이제 관심사는 류 실장 후임으로 누가 오느냐다. 현재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김덕룡 전 한나라당 의원이 비중있게 검토된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측근인 그를 기용하는 데 대해 '초록이 동색'이라는 틀에 갇힌 류우익 실장처럼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반대도 적지 않다. 그 반대의 차원에서 정무적 판단력과 정치력이 있는 김덕룡 전 의원이 부상하고 있으며 총리감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윤여준 박세일 전 의원 등의 이름도 계속 나오고 있으나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다.
윤 전 의원은 "내가 될 가능성은 0%다. 청와대는 물론, 청와대 근처에서도 전화 온 적이 없다"고 말했으며, 박 전 의원도 "연락 온 것이 없다. 나는 적임자도 아니다"고 말을 잘랐다.
대통령실장 밑으로 신설되는 홍보특보에는 박형준 전 의원이 사실상 내정됐고, 정무수석은 맹형규 전 의원, 외교안보수석은 현인택 고려대 교수가 유력하다. 경제수석에는 김석동 진동수 전 재정경제부 차관이 거론되며, 사회정책수석에는 박재완 정무수석의 이동 배치나 강윤구 문창진 전 보건복지부 차관의 발탁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민정수석의 경우 유임론과 교체론이 엇갈린다. 교체 시에는 정종복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상득 의원과 가깝다는 것이 마이너스 요인이다. 수원지검장 출신의 이동기 변호사, 대통령직인수위 법령정비팀장을 지낸 정선태 검사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 후임에는 정인철 전 인수위 전문위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내각 개편은 국회 상황 등에 따라 뒤로 좀 미뤄질 것이고 중폭 수준의 개각이 예상되나 한승수 총리의 교체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한 총리 교체 여부는 정국 추이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실장의 경우처럼 후임자를 물색하는 게 쉽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가 들어있다. 하지만 민심을 고려한다면 총리도 교체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역대 정권도 국면전환을 위한 개각을 단행할 때는 수장인 총리를 교체했다. 총리를 비롯한 내각 개편은 이 대통령이 청와대 진용을 개편한 뒤 새롭게 구성되는 인사팀과 함께 의견을 모아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에는 이경호 강윤구 전 차관이 물망에 올라 있고,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는 이명수 전 덴마크 대사와 정학수 전 농림부차관, 홍문표 권오을 전 의원 등이 오르내린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황우여 이군현 의원과 안병만 대통령자문 미래기획위원장, 오세정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원장 등이 거론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유임과 교체 의견이 맞서 있다.
이 대통령은 19일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이 매듭지어지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직접 설명하는 기회를 가진 뒤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오전 쇠고기 추가협상 종료→19일 오후 대국민담화→20일 청와대 쇄신→국회 개원 뒤 내각 쇄신 등의 4단계로 민심을 수습해 나간다는 생각이다. 대폭적 인적쇄신과 대국민 사과로 방향을 잡은 이 대통령의 결단에 민심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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