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조퇴한 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직장 내 탈의실에서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가스충전소에서 일하던 A씨는 2004년 12월께 출근시간을 2시간 가량 넘긴 오전10시30분께 회사에 나왔으나 소장에게 “몸이 좋지 않아 일을 못하겠다”고 말한 뒤 사무실에서 나갔다.
전날 과음을 한 A씨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오후 6시20분께 직원 탈의실에서 30㎏짜리 역기에 목 부분이 눌려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직원들은 점심시간에 A씨가 역기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목격했지만 잠이 든 줄 알고 지나쳤다.
수사기관은 A씨의 숨진 자세나 상처, 문이 잠겨있던 현장 상황 등에 비춰 타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A씨 가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보상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고 공단 측이 거절하자 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휴게시간 중 사업장 내 시설에서 근로자가 부상한 경우 그 행위가 근로자의 본래 업무 행위 또는 준비ㆍ정리 행위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거나 행위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ㆍ관리 하에 있다고 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17일 “근로시간 도중 주어지는 ‘휴게시간’에 발생한 사고라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A씨가 조퇴 허락을 받고 사무실에서 나간 뒤 집에 가지 않고 탈의실에서 쉬었다고 해도 업무에 복귀하려 했다는 의사를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