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특별감사 실시와 검찰의 정연주 사장 출두 요구 등 외환을 겪고 있는 KBS가 내부 갈등까지 겹치면서 끝 모를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KBS 안팎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에도 큰 흠집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KBS이사회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KBS사옥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9시뉴스 인책에 관한 건’을 논의했으나 다수 이사의 반대로 안건 상정이 무산됐다.
이사회는 지난달 25일 2007 KBS경영평가보고서에 ‘경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는 문구 추가를 의결했고, KBS 9시뉴스는 26일 ‘문구 추가와 관련 논란이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이와 관련 KBS의 여권 성향 일부 이사들은 이날 “사실이 아닌 내용을 부풀려 보도했다”며 ‘9시뉴스의 인책에 관한 건’ 상정을 추진했다. KBS기자협회와 프로듀서협회, 경영협회 등 직능단체 소속 직원 10여명은 이에 맞서 회의장 입구에서 “이사회의 명백한 월권행위로 보도 외압에 해당한다”며 인책 건 상정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인책 건에 대한 상정자체가 무산됐으나 정 사장 퇴진과 관련한 KBS의 내부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여권 성향 이사들에 의해 정 사장 사퇴권고 결의안 상정이 추진되기도 했으며 조상기 전 이사와 김금수 전 이사장, 김홍 부사장의 사퇴가 줄을 이었다.
KBS직원들도 사분오열하는 형국이다. 4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노조)의 정 사장 퇴진서명운동 돌입이 ‘노-노(勞-勞) 갈등’의 씨앗으로 작용했다. KBS노조는 “정 사장이 공영방송 KBS의 걸림돌이기에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인 반면 KBS기자협회와 프로듀서협회, 경영협회 등 직능단체는 “정 사장 퇴진이 만사가 아니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노 갈등’은 최근 촛불집회를 통해 첨예화됐다. 프로듀서협회가 ‘공영방송 KBS를 지켜달라’는 광고를 11일 일부 신문에 게재한 뒤 이날 밤 일부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서 촛불집회를 한 것에 대해 노조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성진 KBS노조 총무국장은 “차기 낙하산 사장을 막는데 국민의 힘이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프로듀서협회의 움직임 안에 정 사장 지키기라는 목표가 깔려있다는 의혹이 많다”고 밝혔다. 반면 양승동 프로듀서협회 회장은 “우리가 정 사장 옹호를 천명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정 사장이 퇴진하면 정권의 낙하산 사장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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