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흩어지고 있다. 순수 시민 집회에서 현 정부와 대립하는 이해집단의 반정부 집회로 변질되면서, 촛불집회가 핵분열을 일으키며 갈라지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을 부각시키기 위해 각 집단마다 ‘나홀로’ 집회를 열면서 촛불의 응집력과 위력도 약화하고 있다.
17일 시민단체와 경찰에 따르면 참가자들이 촛불을 든 집회가 서울에서만 네 군데서 열렸다. 같은 날, 같은 시각 4개의 촛불집회가 서울에서 열린 것은 지난달 2일 집회가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촛불집회 발상지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오후 7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집회가 주최했고, 같은 시각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는 ‘2MB 탄핵연대’의 집회가 열렸다. 또 여의도 KBS 본관 앞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주변에서도 각각 300여명의 네티즌이 집회에 참가했다.
네 군데 집회 모두 촛불이 등장했으나, 구호는 달랐다. 서울광장에서는 ‘대운하 반대’가 핵심 의제였고, 한나라당 앞 집회 참가자들은 ‘민심을 외면하는 한나라당을 규탄한다’고 외쳤다. KBS 본관 앞에서는 네티즌들이 ‘KBS 사수’를 주장했고, 코엑스 주변에서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교체’가 핵심 이슈였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촛불집회가 일부 분산 개최된 적은 있지만, 오늘처럼 여러 곳에서 각각 완전히 다른 주제를 갖고 열린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촛불이 흩어지면서 그 열기도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궂은 날씨와 일반 시민들의 호응이 떨어지면서 각 집회마다 참석자가 크게 줄어들고, 내부 반발 분위기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광장의 경우, 순수성 퇴색에 실망한 시민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참석자가 급감하고 있다. 촛불을 이어가려는 대책회의의 각종 강경발언에도 불구, 참가자가 16일 800명에 그친 데 이어 17일에는 500명 안팎에 머물렀다.
■ 대책회의 "정권퇴진은 압박용"
시민 참여가 급감하자, 대책회의도 강경 일변도에서 한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원석 대책회의 상황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정권 퇴진운동을 불사하겠다’는 표현은 정부 압박용일 뿐, 구체적 행동에 옮긴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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