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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보수대연합으로 통할까

입력
2008.06.1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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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UCLA대학 마이클 맥과이어 교수 팀이 벨벳 원숭이 집단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우두머리를 집단에서 분리시킨 다음 일면경(一面鏡)을 사이에 설치했다. 우두머리는 자신이 거느리던 무리를 볼 수 있으나 무리는 우두머리를 볼 수 없도록 장치한 것이다.

우두머리는 당연히 자신에게 절을 하고 추종하는 모습을 기대하지만 무리는 우두머리가 보이지 않으니 본체만체 한다. 우두머리는 크게 상심해서 우울증에 빠졌다.

분리 전후의 뇌 속 세로토닌 수치를 비교해보니 큰 차이가 있었다. 우두머리가 무리로부터 존경과 추종을 받을 때 세로토닌 분비가 왕성하고 외면 당할 때 분비량이 크게 줄어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로토닌은 기분을 좌우하는 호르몬이다. 부족하면 우울증이 생긴다. 정치인들의 신바람과 초인적 에너지의 비밀도 세로토닌이다. 정치인들이 선거유세 때 초인적 일정을 소화하거나 하루 4시간씩을 자고도 끄떡없는 것도 다 세로토닌의 왕성한 분비 덕이다.

■ 의기소침해진 이명박 대통령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표정이 밝지 않다. 당선자 시절의 그렇게 환하고 여유 넘치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당선 직후 80%대에 이르던 지지도가 10%대로 곤두박질했다. 물러가라, 아웃, 탄핵, 하야, 퇴진 등의 소리가 거리낌 없이 나오는 상황이니 세로토닌 분비가 잘 될 리 없다. 개인도 마찬가지지만 국가 지도자가 우울하고 의기소침해서 좋을 거 하나도 없다. 심기일전할 필요가 있겠다.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감사하는 것이 신앙인의 자세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이 대통령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감사할 거리를 찾겠다면 얼마든지 있다. 18대 총선이 쇠고기 파동 전에 치러진 것만도 얼마나 다행하고 감사할 일인가. 만약 지금쯤 총선이 치러진다면 18대 국회는 ‘쇠돌이’들로 그득할 것이다.

6ㆍ4 재ㆍ보선 결과와 요즘 시중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2004년 총선 때 탄핵 역풍이 만들어낸 ‘탄돌이’ 바람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못하진 않을 터. 악몽 같은 시나리오인데 다행히 현실은 보수대연합만 하면 200석이 넘는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내일신문ㆍ한길리서치)에서 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12.1%(4점 척도 기준)로 떨어졌다. ‘상유십이’(尙有十二 舜臣不死)가 생각난다. 이순신은 12척 배로 다시 일어나 승리했다. 이게 바닥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포자기 않고 떨쳐 일어나면 지지도는 얼마든지 반등할 수 있다.

국정쇄신책 발표가 임박했다. 이 대통령이 심기일전해서 뭔가를 보여줄 모양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진솔한 반성과 자각 위에 새 출발을 준비 중인지는 의심스럽다. 청와대 주변에서 나도는 보수대연합설이 그 반증이다. 보수진영의 분열과 지리멸렬이 위기에 일조했을 것은 분명하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지난 100여일 간 이명박 정부가 갖고 있는 밑천이 훤하게 드러났다. 철학과 비전이 현실과 동떨어진 데다 능력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시스템도 갖추지 못했다. 한미FTA만 빼고는 전임 정부와 반대로 가고자 했을 뿐이다. 야당시절 노무현 정부에 반대만 하던 정략적 프레임을 그대로 갖고 국정에 임했으니 현실과 맞을 리 없다.

■ 역작용 부를 수 있는 정치시도

한미관계를 최악으로 보고 동맹복원을 최우선으로 삼은 데서 쇠고기 졸속협상이 나왔고, 전 정부 대북정책의 전면 부정이 남북관계 경색과 6자회담 방관자 처지를 초래했다. 아무 생각 없이 밀어붙인 정부조직 개편은 행정의 공백상태를 낳았고 옥석 구분 없는 전 정권 사람 밀어내기는 국민통합과 거리가 멀었다.

이같은 총체적 오류에 대한 반성과 인식의 근본적 전환 없이 국정쇄신이 가능할까. 보수대연합은 이명박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인재의 풀을 넓히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단합된 보수진영만의 힘으로 지금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내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보수대연합마저 실패하면 그 다음엔 약도 없다. 세로토닌 부족은 고집증도 부른다는데….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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