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현대자동차 노조의 총파업 투표는 부결됐다. 그저께 개표결과 전체 조합원 4만4,566명 중 48.5%인 2만1,618명만이 찬성했다.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규약에 따르면 파업 결의는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파업만큼은 절대 다수 조합원 동의를 얻어 신중히 결정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집행부는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결정하면, 우리도 참여한다”고 밝혔다. 민노총이 다음달 2일로 잡은 총파업에 참여한다는 얘기다. “이번 투표는 파업의 결의를 다지자는 것일 뿐, 엄밀히 얘기하면 의미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1년 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파업을 거부한 조합원들의 고민과 용기 있는 결단을 의미 없는 일로 치부하는, 정말 해괴한 논리다.
정치파업을 강행하려는 민노총의 논리도 억지스럽고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번 찬반투표는 민노총 전체 차원에서 총파업을 묻는 것이었기 때문에 현대차 지부 하나의 투표결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폄하했다. 그러면서 금속노조 투표참가자의 과반수 찬성을 근거로 주력 노조인 현대차까지 파업에 끌어들이고 있다.
설령 그들의 해석이 옳다 하더라도, 민노총의 파업 결의는 대내외적으로 지지와 설득력을 잃고 있다. 50%대의 저조한 투표율과 전체 조합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찬성률이 명분이 약함을 말해 준다.
낮은 투표율을 들먹이며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소수의 독선이라고 비판하던 그들이 스스로 다수 조합원의 의견과 결정을 무시하면서 독선과 억지를 부리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는 뻔하다. 국가 경제가 흔들리고 사회 갈등만 커질 것이다. 피해와 고통은 노조원들을 포함한 국민의 몫이다. 안 그래도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의 파업으로 수출이 멈추고, 공장의 생산이 중단돼 국민들은 불안하다.
그런 마당에 절차도, 내용도 명백히 불법인 정치파업을 강행한다면 국민들부터 돌아설 것이다. 현대차 노조 역시 억지 논리보다는 다수 조합원의 뜻을 존중하는 현명하고 민주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이 성숙한 노조가 가야 할 정도(正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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