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반(反)보수대연합’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여권이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 보수진영의 결집을 추진하는 데 대한 반발이다. 국민적 요구와 동떨어진 해법이란 점을 문제삼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치권 내에서의 극단적 입지 축소에 대한 우려가 배경이다.
민주당은 17일 선진당 심대평 대표의 총리 기용설 부상, 친박 인사들의 한나라당 일괄복당 추진 등을 ‘보수대야합’으로 규정하며 각을 세웠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성난 촛불민심을 달랠 생각은 않고 구태의연한 보수대야합으로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다”며 “1990년대 민주자유당의 출연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총선 민의를 왜곡할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도 “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했던 인적쇄신은 온데 간데 없고 촛불민심을 왜곡하려는 보수대야합 조짐이 싹트고 있다”면서 “촛불민심을 외면한 보수대야합은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이 같은 공세는 기본적으로 여권이 난국 타개책의 방향을 잘못 잡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민의를 존중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자기 편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한다”(한 고위당직자)고 보는 것이다. 촛불민심을 강조하며 보수대연합 문제를 적극 쟁점화하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여기엔 민주당이 갖는 적잖은 위기감이 깔려 있다. 어차피 향후 4년 간 국회 내에서 소수야당으로서의 힘겨운 싸움을 각오하고 있지만 자칫하면 야당으로서의 존재감 자체가 없어지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 중진의원은 “민주노동당과 호남 무소속 의원을 합쳐 봤자 90석 안팎”이라며 “200석이 훨씬 넘는 보수진영이 전횡을 휘두른다면 야당은 장외투쟁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선 시민사회단체까지 포괄하는 ‘반보수연합’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소장개혁파 의원은 “81석으로는 소소한 법안 처리도 어려운 만큼 당의 미래를 국민과의 호흡 속에서 찾아야 한다”며 “여권이 추진하는 보수대연합이 오히려 우리에겐 숨통을 터주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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