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년차 평균 연봉이 2,000만원 남짓이던 1990년대 중반에 18억원을 받았던 ‘샐러리맨의 우상’. 대한항공 탑승 횟수만 1,010번(총 350만 마일)에 달하는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이순(耳順)을 넘긴 나이에도 직접 아이디어 회의를 주재하는 등 20대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의 기업인.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의 윤윤수(63) 회장이다. 최근 ‘글로벌 브랜드 본사 인수’라는 또 하나의 신화를 마무리한 그가 한국일보ㆍ석세스TV와 가진 인터뷰에서 ‘고래를 삼킬 수 있었던 새우의 비법’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별로 가진 것도 없는 제가 휠라코리아에 이어 월드 브랜드인 휠라 본사까지 인수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21세기판 봉이 김선달’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최첨단 인수ㆍ합병(M&A) 기법과 개인적인 평판, 그리고 평생 계획해왔던 노력이 한데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스포츠 의류 브랜드 휠라의 한국지사 고용 사장에 불과하던 윤 회장이 2년여 만에 휠라코리아에 이어 이탈리아 휠라 본사까지 인수하게 된 과정을 듣다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는 먼저 “운이 좋았다”고 했다. “2005년 휠라코리아를 인수했는데, 이듬해 10월 미국의 사모펀드 서버러스가 휠라 본사를 매각키로 결정했어요. 매각 소문이 퍼지면서 휠라 본사가 휘청거리며 기업가치가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당황한 서버러스가 가장 빨리 인수할 수 있는 대상자를 찾아 나섰고, 이 때 25년간 휠라에 몸담았던 저에게 행운이 찾아온 것이죠. 다른 경쟁사보다 인수가를 5,000만~6,000만달러나 낮게 제출했는데도 저를 선택했으니까요.”
윤 회장의 인수자금 마련 방법은 기발했다. “실제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4억5,000만달러(약 4,500억원)였습니다. 1억5,000만달러는 투자를 받고 나머지 3억달러는 금융권에서 차입키로 했지요. 헌데 금융사에서 그런 큰돈을 담보 없이 빌려주겠습니까. 그래서 한국과 미국시장을 제외한 유럽 중국 남미 등의 라이선스를 넘겨주고 목돈을 받아 갚겠다는 안을 짰습니다. 물론 저에 대한 금융권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휠라 본사는 보통 각국 지사로부터 브랜드 사용 로열티로 매출액의 7~8%를 받는다. 그런데 윤 회장은 이중 절반인 4%를 일시불로 계산해 받는 대신, 라이선스를 사실상 넘겨주는(perfectly license) 방식으로 중국에서 5,000만달러, 유럽서 1억3,000만달러, 남미에서 5,000만달러, 일본서 2,500만달러 등을 받아 대출금을 갚았다. 물론 가장 큰 시장인 한국과 미국의 판권은 현재 100% 소유하고 있다. 대출로 휠라 본사를 M&A 하면서, 인수 대상인 본사의 라이선스 일부를 매각해 빚을 갚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 것이다. “결국 한푼도 들이지 않고 휠라 본사를 손에 넣은 셈이지요. 대동강을 사면서 대동강 물을 먼저 팔아 대금을 치른 것입니다.”
윤 회장은 1945년 해방둥이로 태어난 그 해 장티푸스로 어머니를 잃고 고모와 형들에 의해 키워졌던 사연, 의예과를 지원했다 낙방한 경험, 연봉 18억원을 받게 된 배경 등도 소개했다. 2000년 심장수술을 받은 후 건강에 각별히 유의한다는 윤 회장은 젊은이들에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할 것도 당부했다.
“휠라를 세계 ‘빅 3’ 브랜드로 다시 일으켜 세울 것입니다. 새롭게 짠 전세계 판매구조가 이를 실현시켜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의 다짐에 자신감이 넘쳤다.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한국일보 자회사인 케이블 방송 석세스TV의 ‘송영웅 기자가 만난 위대한 CEO’(연출 박종국, 월ㆍ목요일 오전 10시ㆍ오후 9시, 일요일 오전 10시) 코너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송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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